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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작 Jun 16. 2021

여행, 일까?

코펜하겐에 머물렀던 시간은 24시간도 채 되지 않았다. 니하운의 노천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신 것이 덴마크 여행의 거의 전부다.


밤늦게 도착해서 체크인을 하고 났더니 도미토리의 룸메이트들은 모두 잠들어 있었다. 어두컴컴한 방에 나직이 코 고는 소리와 뒤척이는 소리들 사이를 깨금발로 왔다 갔다 하며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었다. 안 보이는 와중에 캐리어 번호 자물쇠를 잘못 돌려서 비밀번호가 바뀌어버려서 진땀도 좀 뺐다. 이층침대였지만 시트가 굉장히 푹신했던 기억이 난다.


아침 일찍 짐을 싸서 나왔다. 룸메이트들은 아직 자고 있었다. 유럽여행 통틀어서 새벽같이 일어나 움직이는 유럽 여행자는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다. 그런 사람이 있다면 언제나 나였다. 어쨌든 나는 그날 밤 바로 곁에서 잠들어 있던 여행자들의 얼굴을 한 번도 보지 못하고 숙소를 빠져나왔다.


덴마크는 노르웨이로 가는 길에 잠시 경유한 것이었기 때문에 오후에 출발하는 비행기를 타기 전에 오전 시간 동안은 그래도 코펜하겐을 보고 싶었다.


코펜하겐을 상징하는, 덴마크 하면 떠오르는 바로 그곳. 니하운의 노천카페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고 어슬렁 한 바퀴를 돌았다. 흐렸고, 간간히 비가 왔다.


그럭저럭 스트뢰에 거리도 둘러보고, 왕궁 계단에 앉아서 핫도그도 먹긴 했다. 하지만 누구와 이야기를 하지도 덴마크를 느끼지도 못했다. 그것도 역시 여행이라 부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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