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씹는다는 것
나의 마음이 괴롭다면 지금 나 스스로와 싸우고 있을 가능성이 많다.
우리는 시간 속에서 살아간다. 시간 속에서 일어난 일들은 사건들이 되어 우리의 기억 속에 하나하나 쌓인다. 과거의 일들, 현재 일어나고 있는 사건들, 또 앞으로 일어날지도 모르는 사건들 속에서 우리는 우리의 삶을 해석하고 곱씹으며 하루를 살아간다.
곱씹는다는 것.
그렇다면 곱씹는다는 것은 좋을까?
음식을 씹다 보면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처음의 맛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사건들도 마찬가지다. 보통 곱씹는 사건들을 보면 나에게 불쾌감을 일으킨 사건들인 경우가 많다. 여러 번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처음 사건의 객관성은 사라지고 정체 모를 찝집한 느낌의 감정이 남는다. 그런 찝집한 감정들은 내 열등감과 뒤엉켜 나를 괴롭힌다.
처음 시작은 나에게 상처를 준 사람을 나무라지만
결국 마무리는 내가 나에게 상처를 주고 있는 경우가 많다.
‘왜 나는 그때 제대로 말을 하지 못했을까?’
‘왜 그 사람은 나에게 이런 이야기를 할까?’
‘내가 지금 이 상황이 아니었다면 이런 이야기를 듣지 않아도 될까?’
이런 질문들이 나를 힘들게 하는 이유는 내가 통제 가능하지 않은 부분이기 때문이다.
이미 지나온 과거, 내 삶은 바뀔 수 없는 것들이고
그 사람이 그런 말을 하는 것은 그 사람의 마음이기에
내가 통제 가능하지 않은 부분이다.
오로지 통제 가능한 것은 ‘나’이다.
그걸 들었을 때 어떻게 해석할지, 또 다음번에 그런 일이 있다면 어떻게 대처할지 등을 결정하는 건 나에게 달렸다.
마음에 걸리는 일이 일어났다면 딱 한 번만 곱씹기! 그게 잘 되지 않더라도 잘할 수 있을 거라고 계속 응원해주기.
그러다 보면 10번 곱씹던 게 9번, 8번 이렇게 점차 줄어들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줄어들 내 모습을 확신해보자. 진짜 난 그런 사람이 될 거라고.
결국 하루의 시간을 의미 있게 채우고 현재에 발을 딛고 열심히 살아내려면 불쑥불쑥 올라오는, 나를 힘들게 하는 이 감정들을 잘 달래서 보내줘야 한다. 나를 혼내고 나와 싸우는 데 우리의 에너지를 낭비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