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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바라기 Dec 29. 2020

변신이 아닌 차츰 스며드는 것

내가 엄마가 된다고?!

착각을 했던 것이 있다. 어렸을 때 즐겨봤던 세일러문이나 웨딩피치 같은 만화를 보면 여주인공들이 요술봉을 흔들며 주문을 외면 다른 캐릭터로 변신한다.


“임신이에요 “라는 말이 이 만화의 주문처럼 내가 임신인 것을 확인하고 나면 바로 ‘엄마’라는 역할로 변신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근데 난 변신이 되지 않았다.


임신테스트기의 두 줄을 확인했을 때도, 처음 산부인과에 가서 아기집을 봤을 때도, 그리고 우렁찬 심장 소리를 처음 들었을 때도 기억에 남아있는 내 느낌은 ‘얼떨떨함’이다.      


내가 진짜 엄마가 된다고? 우리가 정말 부모가 된다고?”  질문을 스스로에게 수도 없이 했다. 활발한 태동을 느끼는 임신 34주가  지금도 ‘얼떨떨함 아직 남아있다.  생명을  속에 품고 있다는 것이 너무 신비롭고 기적 같아서 믿기지 않는  같다. 그래도  속에서 무언가 꿀렁꿀렁 움직이는 느낌을 받으니 “진짜  속에 무언가 있긴 한가보다싶다. 처음에 느꼈던 얼떨떨함이 백지의 얼떨떨함이었다면 지금은 미색의 얼떨떨함이다.

      

아이를 출산해서 정말 내가 직접 눈으로 보고 안으면 정말 엄마가 되었다는 실감이 날까? 그때가 오면 확실히 “아! 난 이제부터 엄마다!”라고 확신에 차서 말할 수 있을까? 아직 그 순간이 오지는 않았지만 난 그때도 얼떨떨할 것 같다.       


엄마가 된다는 것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다. 손바닥 뒤집듯 쉽게 엄마로서 딱 변하는 것이 아니고 서서히 엄마라는 역할에 스며드는 것이다. 스며드는 과정에 있는 것. 엄마로서는 약 32년 동안은 살아본 적이 없으니 당연한 일인 듯 하지만 가끔 나도 모르게 죄책감이 올라올 때가 있다. 이전까지 해오던 좋지 않은 습관들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그냥 여태 동안의 나로서 행동할 때 그런 느낌을 받는다.


‘난 엄마인데 이런 것도 이겨내지 못할까?‘

‘혹시라도 나의 이 유혹의 빠짐에 의해 아이에게 조금이라도 안 좋은 영향이 가진 않을까?’


이런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다가 결국 나를 문다.      

엄마가 되고 나면 내가 원하던 이상적인 사람인 완벽한 원더우먼으로 변신이 되어야 하고 그런 게 당연하다고 막연하게 생각한 듯하다. 물감이 물에 퍼지듯 차츰 물들어가는 과정인데 너무 엄마가 된다는 과정을 쉽게 생각했나 보다. 조바심 갖지 말고 한 단계씩 ‘엄마‘로 차근히 물들어가는 과정을 기다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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