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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쾌한 좋은 아침~!”이 불편한 이유

아침에 기분 좋으라고 밝게 인사하는 건데 넌 뭐가 그렇게 예민하니?

by 므므

나의 일상을 매우 잘 아는 사람에게서 아침부터 불편한 카톡 메시지 하나를 받았다.


"상쾌하고 멋진 하루~"라는 아침 인사 카톡 메시지다.

한 겨울에 밖에서 일을 하는 나에게 아침 공기는 매서울 정도 차갑다.

나에게 "상쾌하고 멋진 하루~"는 저 세상 이야기다.

보일러 온기가 남아 있는 햇살이 비추는 방 안에서 충분히 자고 이제 막 일어났다면 상쾌할 수 도 있겠다!

하지만 지금 나는 한 겨울 한파를 맨 몸으로 받아 내고 있다.

마스크와 군밤모자로 무장을 하고 빨간색 고무장갑 속 손가락 마디 끝은 감각이 없다.

나에게 겨울 아침은 상쾌하지 않다.

코끝이 시리고 차갑기만 하다.


한 겨울에도 밖에서 일을 하는 나에게 "상쾌하고 멋진 하루~"라는 메시지를 보낸 사람의 의도는 뭘까?

아마도 자신이 "상쾌하고 멋진 하루~"라고 느꼈기 때문에 상쾌한 기분을 공유 싶었을지도 모르겠다.

자연의 추위에 인간의 무력감을 1시간째 느끼고 있는 나로서는 공감하기가 힘들다.


바로 여기서 불편함이 발생한다.

"상쾌하고 멋진 하루~"의 메시지에는 메시지를 받는 사람의 상황, 상태는 전혀 고려되어 있지 않다.

자신의 상쾌한 기분 좋음을 알리기만 한다.

아침 인사라는 메시지 속에는 타자의 안부를 묻거나 안녕을 기원하는 마음이 어디에도 없다.


'인사'는 사람들 간의 만남이나 대화에서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존중을 표현하는 행위이다(출처 : 뤼튼)

보통은 안녕! 안녕하세요라고 말한다.

상대방에게 평안하셨는지 안부를 묻는 의사표현이자 평안을 기원하는 것이다.

하지만 "상쾌하고 멋진 하루~"에는 어디에도 상대방의 평안을 묻거나 기원하는 메시지가 없다.

"상쾌하고 멋진 하루~"를 보내라는 거라면, 메시지를 받는 사람이 상쾌할 상황인지부터 고려해 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영하의 추위 속에 있는 사람에게 멋진 일은 지금 당장 따뜻한 이불 속에 들어가 몸을 녹이는 일이다.


우리는 타자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할 때는 상대방의 상황과 상태를 충분히 고려하는가?

상대의 상황, 상태, 성향들을 고려하는 일은 뇌에 상당한 부하를 요구한다. 상대방의 입장을 다방면으로 추론해야 하기 때문에 귀찮고 피곤한 일이다. 하지만 이러한 작업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말 한마디 한마디를 쉽게 하지 않는다.

신중을 기하고 다각도의 관점을 통합하는 과정을 거친 후에야 비로소 입을 연다. 느리고 답답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의 메시지에는 신중함이 묻어 있다.

타인을 아끼고, 존중하는 마음이 없이는 신중하기 어렵다.


아니, 무슨 "상쾌한 멋진 하루~"이 한마디 했다고 사람을 경솔한 사람을 만드냐고?

미안하지만 나한테는 경솔한 사람이 맞다.

남들도 다들 그렇게 말하니깐.

문장과 단어 자체만 보면 멋지고 아름다운 말이니깐!

“상쾌한 멋진 하루~”처럼 좋다고만 생각하는 것이다.

멋들어진 인사말에 상대방의 상황과 상태를 어떻게 고려했는가?를 묻는다면 대답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모든 사람에게 매 순간 신중을 기할 수는 없겠지만

나의 가족, 친구, 연인, 동료 등 소중한 사람들에게만큼은 당신의 메시지에 신중을 기해 보면 어떨까?


당신이 상대의 상황과 상태를 고려하고 고심한 후에 전하는 메시지는 상대방을 향한 아낌과 존중이 함께 전해진다는 것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여러분은 소중한 사람에게 보내는 메시지에 얼마나 신중을 기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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