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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라는 말이 불편한 이유

원래는 원래 없는거야

by 므므

우리는 아래와 같은 말을 흔히 한다.

"원래..."
"예전에는..."
"왕년에는..."

저 말들은 지금은 그렇지 않은데 과거에는 어찌어찌했다는 말이다.


이 "원래"라는 말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원래"는 아무 영양가 없는 죽은 말이다.

"원래~ 할인 안 해 주는 건데 특별히 해주는 거예요~"

"나 때는 다 사람 손으로 했어~"처럼


'원래 할인을 안 해 준다'는 말을 함으로써 고객에게 미안함 또는 고마움을 유도하거나, 물건을 사야 할 것 같은 조바심을 일으키는 교묘한 심리전을 유도하는 불필요한 말이다.

'그때는 손으로 했는데...'는 말 그대로 "그래서 뭐 어쩌라고 싶네"다.


'원래, 나 때는'이라고 시작하는 말의 대부분은

지식을 알리는 것도 아니고, 득실의 정보를 전달하는 것도 아니다.

효율적인 측면에서 보면 '원래... 예전에... 왕년에‘와 같은 말은 상당히 비효율적이다.


우리는 죽을 때까지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다 하지 못할뿐더러 다 듣지도 못한다.

그럼에도 "원래 이랬다"라는 과거의 죽은 말을 너무 자주, 또 흔하게 말한다.

심지어 듣는 사람에게 불필요한 정보까지 분석해야 하는 수고스러움까지 더한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불필요한 정보는 ‘현재 당신의 모습이 아닌 ‘과거의 모습에서 현재 당신의 모습’을 유추하게 만든다.

변화된 현재 당신의 모습을 왜곡하는데 일조하기도 한다.


그런데도 우리는 왜 이런 불필요한 말을 하는 걸까?

나는 두 가지 이유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한다.


첫 번째는 자신의 현 상태를 추켜세우기 위한 수단으로 '나 원래 달리기 못했는데 마라톤 풀코스 완주했잖아.'
'나 예전에는 이거 못 했는데 지금은 해'라고 말하며

과거에 잘하지 못했던 것을 전제로 지금 현 상태가 얼마나 대단한지를 어필하는 것이다.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노력을 치하받고 싶어 하는 마음이야 알다마다지만, 자신의 현재 능력을 추켜세우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는 "원래"는 더 이상 학습(성장)을 하지 않는 태도로 이어질 수 있는 단점이 있다.


두 번째는 방어기제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원래"로 트레이너인 나는 회원님들에게 "선생님은 원래 날씬했어요?"라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마치 나는 원래 날씬해서 지금도 날씬한 거라며, 날씬한 건 타고나야 한다는 식이다.

즉, 방어기제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원래"는 자신의 현 상태가 나약하거나, 남과 비교하여 남들보다 못하다고 생각될 때 종종 사용된다.

'나는 "원래" 이랬으니까'라며 자신의 지금 이런 행동을 하고 이런 상태인 것이 '합리적이다'라고 어필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예상했겠지만 “원래”와 ”왕년에..."를 방어기제로 사용하는 대표적인 부류가 있다. 바로 꼰대다.

그들은 “왕년에는...”이라는 말로 현재 무기력한 자신의 모습을 과거의 열정 넘쳤던 모습으로 포장하고 싶어 한다.

변화가 필요할 때는 ‘“원래” 그런 거야'라는 말로 정통을 고집하는 척한다.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지 못할까 봐 두려워하면서 말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원래"라는 말을 꼭 해야 하나? 하는 의문이 든다.

"원래" 당신이 잘했든, 못했든 그것이 지금 뭐가 중요한가?

당신이 '지금 무엇을 하고 있고 앞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

”왕년에“ 당신이 17대 1로 싸워서 이겼으면 뭐 하나?

지금은 자기 자신과 싸움에도 벌벌 떨며 시도조차 못하고 있으면서 말이다.

우리가 별 뜻 없이 흔하게 사용해 왔던 '원래 그랬어'라는 말을 이렇게 까지 분석할 일인가 싶을 수 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무의식에 하는 "원래"라는 말은 현재를 집중하며 살아가야 하는 우리를 과거 속에 머물게 만든다.


당신은 지금 현재를 살고 있는가?

아니면 원래 그랬던 과거 속에 있는가?



방어기제란?

방어 기제(Defense Mechanism)는 심리학에서 개인이 스트레스나 불안을 줄이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사용하는 심리적 전략이나 행동을 의미한다. 이는 감정이나 생각을 숨기거나 왜곡함으로써 심리적 고통을 피하려는 방식이다. 대표적인 방어기제로는 억압, 투사, 합리화, 부인 등이 있다. (출처: 뤼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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