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화가이희정 Nov 17. 2019

해녀의 죽음을
파스텔로 그린 이유(2)

삶에 관하여


애월 해녀의 집. 2017.



해녀의 사회에도 기량에 따라 네 단계로 구분이 됩니다. 하군, 중군, 상군, 대상군으로 나누어지는데 하군은 해녀로서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해녀, 중군은 상군과 하군사이 기량이 보통인 해녀, 상군은 물질을 잘하고 오랫동안 작업해 온 해녀, 덕이 넓고 깊어서 모든 해녀들의 귀감이 될 만한 연장자이며 한두 명은 상군 중에서 최고 참자로 대우하고 어른으로 모십니다.


대상군은 바다의 총지휘관 역할을 하며 역량 면에서 검증된 해녀들입니다. 해녀의 휴식공간을 '불턱'이라고 하는데 서열에 따라 앉는 자리도 다르다고 합니다.


제가 뇌의 뼈를 하늘 위로 올려놓은 것은 인간은 누구나 하늘 아래 동등하며 외적인 표정과 동작 없이 뼈만을 그려냄으로써 인간의 본질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내면을 뼈로 대치시켜 그렸다고 볼 수 있습니다.


soft pastels. 2015



저는 해녀들의 죽음의 관한 이야기를 들으며 늘 그리던 재료가 아닌 다른 재료로 그림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재료를 찾던 중 soft pastel이라는 재료를 접하게 되었고 저는 그 재료에 매료되었습니다.


                                                                              

                                                

  무슨 이유 때문에

                                파스텔을 선택했을까요?



스케치를 하고 난 후, 손으로 누르면서 문지르고 다시 덧칠하기를 반복합니다. 붓으로 그리지 않고 나의 몸으로 그림을 그립니다. 붓으로 그릴 때와는 다릅니다.


파스텔을 들고 있는 손. 2015


밝은 화면을 칠한 후 어두운 화면에 밝은 가루가 떨어질 때 '훅' 하고 바람을 넣어 불어서 가루를 털어 냅니다. 섬세하고 미세한 가루들이 허공에 흩어집니다. 작업실 공간에 내려앉겠지만 이미 보이지 않습니다. 어딘가

파스텔 가루는 인생을 닮아 있는 듯합니다. 파스텔이 마모되어가면서 미세한 가루는 공간 안에 부유합니다. 모든 것이 나의 소유처럼 보이며 머물러 있을 듯 느껴지지만 언젠가는 '훅' 하고 불면 날아가는 파스텔 가루처럼 우리의 삶도 언젠가는 그곳(천국)으로 갈 것입니다.


세화에서 만난 은퇴한 해녀 할망.2019.


해녀들 사이에는 '저승에서 벌어 이승에서 돈 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목숨을 걸고 바닷물로 뛰어드는 해녀들의 삶은 고통일 것입니다. 저는 그분들의 죽음을 뛰어넘는 삶을 작품으로 알리고 싶었습니다. 왜냐하면 일이 아무리 힘들어도 숨을 참아가면서 일을 하거나 숨을 쉬기 위해 목숨을 바꾸면서까지 일을 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해녀의 삶을 통하여 우리가 하는 일들이 어쩌면 가장 쉬운 일은 아닌가 하며 생각해봅니다.


성산일출봉. 2015.



이전 07화 해녀의 죽음을 파스텔로 그린 이유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