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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비 Jun 04. 2018

논산이 무슨 뜻인지 아세요?

1박2일 논산행 #1 연무대, 선샤인랜드



연무대육군훈련소와 인연 없는 자

논산의 뜻을 파헤치다


논산, 나는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곳이다. 남자친구라도 그 시절 있었다면 달랐겠지만. 

논산에 가기 전 들러보고 싶은 장소에 연무대육군훈련소는 없었다. 그러나 그곳이 퍽 상징적이었기에 연무대 앞에서 마침 차가 정차할 때 유심히 그 거리를 보았다. 마침 점심시간인지 연무대에서는 많은 사람이 쏟아져 나왔다.

군복 입은 남자친구 팔짱을 꼭 낀 연인들이 눈에 띄었다. 그에게 마치 꽃 선물이라도 되려는 듯 하늘거리는 치마에 어깨가 보이는 블라우스를 입고 있었다. 다행히 모처럼 비도 안 오고 바람도 불지 않는 날이었다. 자랑스럽고도 측은한 낯빛으로 앳된 청년의 얼굴을 바라보는 이들은 부모이리라. 엄마와 아빠 사이에서 길을 걷던 청년이 팔을 들어 어딘가를 가리켰다. 아마도 그가 알아봐둔 연무대 근처 맛집이리라. 이들에게 논산하면 생각나는 장소는 단연코 연무대일 게다. 그러나 나는 그와 인연이 없었으므로 저곳보다 논산의 뜻이 더 궁금했다. 

연무대. 충청남도 논산시에 있는 육군 훈련소의 이름

논산의 논이 생각지도 않은 ‘논할 논’을 쓰는 게 아닌가. 쉽게 말하면, ‘산을 논한다’인데 무슨 산을 논한다인가? 알아낸 바에 의하면 산을 논하는 것과는 전혀 상관이 없었다. 논산으로 함께 가는 일행들에게 묻지도 않은 논산의 지명 유래를 전해주었다. 

“논산은 우리말 논뫼, 놀뫼를 한자로 표기한 거래요. 원래는 한 마을(은진군)의 이름이었는데 일제가 부군면을 통폐합(1914년)하면서 일개 마을 이름을 통합된 군 이름으로 채택한 것이라네요. 그러면 논뫼, 놀뫼는 무슨 뜻일까요? 한 마디로 ‘넓다’라는 뜻인데요, 놀뫼. 눌뫼, 노르뫼 등의 지역을 글로 적는데 한글이 없었던 때라 한자 논할논을 썼다고 해요. 논산도 그 중의 하나라는 거죠.”

“음, 재밌네. 재밌어. 전혀 몰랐네.”

나는 이제 선생님이 내준 숙제를 풀어낸 사람처럼 홀가분한 마음으로 논산을 즐기기로 했다. 




선샤인랜드 '사의 찬미'


가장 먼저 들른 장소는 ‘선샤인랜드’였다. 월요일은 휴관이어서 밀리터리 파크는 안 들어가고, 못 들어가고 ‘드라마, 영화 세트장’으로 직진했다. 방영예정인 2부작 드라마 ‘사의 찬미’를 촬영한 장소란다. 세트장은 생각보다 정교했다. 도대체 이러한 소품들은 어디서 어떻게 구해오고, 영화관이며, 대포집, 약국, 사진관 등은 어떻게 저마다 특성대로 재현하는지 새삼 이 직업을 업으로 삼는 이들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선샤인랜드. 드라마 오픈세트장

배우들은 이 거리와 공간들을 오고 가며 활력을 불어넣었겠지. 아무도 없이 텅빈 세트장을 거닐며 ‘사의 찬미’를 재미있게 보겠구나 싶었다. 드라마는 배우 이종석이 김우진, 신혜선이 윤심덕을 맡았으며 '조선의 천재 극작가 김우진과 한국 최초의 소프라노 윤심덕의 비극적인 사랑'을 담고 있다. 


광막한 광야에 달리는 인생아

너의 가는 곳 그 어데냐

쓸쓸한 세상 험악한 고해에

너는 무엇을 찾으려 가느냐


_ 윤심덕 '사의 찬미' 가사 중


1926년 8월 3일 ‘사의찬미’로 유명세를 타고 있던 윤심덕은 애인 김우진과 대한해협에 몸을 던져 자살한다. 당대를 발칵 뒤집어 놓은 사건이었다. 사랑이 사랑이 아니라고 하여 그런 결말에 이르렀을까? 나는 일부러 떨어뜨려 놓았을 푸른 커튼 앞에 서보았다. 이곳에는 또 누군가의 사랑 이야기가 흐르고 있는가. 많은 것이 허락된 이 시대에도 아픈 사랑을 하는 이들은 어디에나 있을테지.  

누군가의 사랑 이야기가 흐르나

그간 한 번도 궁금해하지 않았던 논산에 나는 퍽 당황했다. 산을 논한다고 해도 의심하지 않았을 것이다. 논할 게 아직도 많아서.  




논산선샤인랜드

충청남도 논산시 연무읍 봉황로 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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