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비 Jun 14. 2018

그만 절해라, 허리 아플라

1박 2일 논산행 #2 관촉사 은진미륵

 



관촉사에서 본 석조미륵보살입상은 은진미륵으로 더 많이 불리는 듯 하다. 함께 간 일행은 초등학교 교과서에서 은진미륵을 보았다고 했다. 그때는 큰 감흥이 없었는데 이렇게 눈앞에서 마주하니 시간의 간극으로 감동을 느끼는 듯 했다. 나는 어떠했냐면, 그와 장난치고 싶을 만큼 정겨웠다. 높이 18m 불상은 동양 최대 크기라고 했지만, 크기로 겁주지 않는다. 머리는 몸통만하고 그 안의 큰 눈은 ‘화(火)가 무엇?’이라는 듯 푸근하다. 


역사적으로 좀 더 은진미륵을 살펴보고자 했더니, 학자들 사이에서는 조형미에 대한 이야기가 가장 분분한 것 같다. 이러하다, 저러하다는 말 중에서도 가장 와 닿는 신문기사를 발췌해본다.    


관촉사는 지극히도 민중적이면서 서민적인 미륵신앙의 발원 형태로 절집 모양새를 갖추었다고 볼 수 있다. 이 중에서 가장 토속적인 원형을 잘 보여주는 것이 바로 ‘은진 미륵 불상’이다. 
고려 초기 불안했던 정국에서 민초들은 미륵불 신앙을 받들었고, 이를 대표하는 불상이 은진 미륵이다. 
이 중에서 자연 암반을 깎아 만든 높이 18m의 거대한 은진 미륵 입상은 얼굴이 과도하게 크고, 균형미나 조형미는 떨어지지만 규모면에서 거대할 뿐만 아니라, 토속적이면서 푸근한 느낌을 주기에 힘없는 민초들이 섬기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 큰바위얼굴, 부처님을 만나다 _ 서울신문  2017.02.21 


기도하는 마음, 숙이는 정성

논산시 은진면에 있어서 은진미륵으로 불린다는 것도 ‘민초들이 섬기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라는 말과 잘 맞아 떨어진다. 섬긴다는 것을 마음을 내어주는 일이다. 종교는 달라도 그들이 섬기는 대상은 그 마음에 드는 자가 틀림없을 것이다.

은진미륵의 눈, 코, 입 중에서 눈이 잊히지 않는다. 조각가가 그 거대한 암반을 조금씩 애써 다듬으며 얼굴을 빚을 때 ‘눈은 이렇게 자애로운 웃음을 담도록 하자’ 했던 것이 틀림없다. 턱을 넘어서는 귀도 인상적이었지만, 뒤를 돌아서도 생각나는 것은 그 눈이다. 내게 그런 친구가 있다. 큰 눈을 가진, 늘 엄마 같은 미소를 짓는 녀석. 겨울에는 따뜻한 제 손을 잡으라고 하고, 내가 불안에 떨고 있을 때는 말없이 손을 꼭 잡아주었더랬다. 제 높이를 자랑함 없이 우직한 저 미륵도 그런 존재일 테다.  

기대는 마음, 포개지는 정성


“너 왔니? 오늘은 또 무슨 고민이 있는 게야? 너 때문에 내가 쉴 수를 없구나. 그만 절해라. 허리 아플라.”

그러면서 자꾸 등을 밀어 주는 것이다.

“다 잘 될 거란다. 어서 집으로 가 따순 밥 지어 식구들과 나눠 먹어라.”

그 자리를 지킨 시간만큼 앞으로도 함께 해주길. 집안에 대소사가 생길 때, 마음에 우환이 있을 때마다 찾아드는 민초들에게 늘 미소지어주길 바라며, 나도 내 자리를 향해 돌아섰다.      


관촉사 석조보살입상
[灌燭寺 石造菩薩立像, Standing Maitreya]
고려 광종 연간인 968년 제작. 1963년 보물 제218호로 지정,「관촉사사적비(灌燭寺事蹟碑)」에는 승려 혜명을 비롯한 100여명의 공인(工人)들을 은진으로 보내 광종 21년(970)부터 목종 9년(1006)까지 제작했다고 쓰여져 있다.    




@ 관촉사

충청남도 논산시 관촉로1번길 25(관촉동)     

작가의 이전글 논산이 무슨 뜻인지 아세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