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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비 Mar 22. 2020

우주에도 닿는 쓸데없는 생각글

 결국 코로나19도 과거가 되겠지


생각방울을 매달고, 코로나19도 과거가 되겠지

만약에 말이야. 사람이 생각하는 양이 머리 위에 매달린다면 말이야. 나는 어마어마한 비눗방울같은 것을 매달고 다닐 것 같아. 가끔은 비눗방울에 다리까지 폭 잠겨서 둥둥 떠다닐 수도 있고, 바람에 이리저리 휩쓸려 다닐 수도 있어. 내가 무표정하거나 어느 한 곳을 응시한다면 그건 생각의 방울 속에 푹 빠져있는 거야. 사람들은 나한테 걱정하는 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해. 속으로 엄청 심각한데 생각이 또아리를 트고, 또아리를 트고,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우주까지 닿는데도 말이야. 사람들은 나와 걱정은 어울리지 않는대. 왜냐면 나는 오래 전에 궤도를 이탈했거든. 종종 엉뚱하고 웃기고, 쓸데없이 진지하고, 한없이 하찮고 가소롭기도 한 것들을 입밖으로 꺼낼 때가 있어. 나의 그런 말을 듣는 사람들은 눈이 똥그래져서는 하하, 호호 웃고 그런 이미지가 쌓여서 내게 걱정은 어울리지 않아요. 당신은 밝은 사람이에요. 말하는 거야. 뭐, 그런 사람들에게 굳이 나의 쓸데없이 진지한, 불안에 잠못들기도 하는 11시 50분의 상황을 말해줄 필요는 없겠지. 모든 사람의 하루와 순간은 못지 않게 바쁘고 치열할테니까. 그들이 날 밝고 편안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그들의 하루를 보내는 걸 방해하고 싶지는 않아.

오늘은 정말 여름같더라. 사람들은 올해 겨울이 별로 춥지 않았다고 했는데 나한테는 추웠거든. 매일이 혹한의 추위는 아니었지만 살갗을 찌르는 추위가 낮고 오래 지속됐던 것 같아. 나는 이상한 고집같은 게 있어서 롱패딩이 없거든. 그래서 나만 유독 춥게 느껴졌나? 아무튼 이 낮고 오래 지속됐던 겨울을 벗어나 오늘 처음으로 가죽 재킷을 입었어. 엄마가 빈티지 가게에 그냥 주려했던 옷이었는데 내가 입어도 괜찮겠더라고. 그걸 입고 랄라, 룰루 회사에 출근하는 길이었는데 햇살이 여름처럼 쨍해서 설레지 못해 놀랍기까지 하더라고. 이런 날이면 코로나19도 속히 사라질 것만 같았어. 그애들은 그애들 나름의 이유로 이 세상에 와서 인류를 놀래키고 있는 거겠지? 코로나19가 사라져도 바이러스는 계속 진화할 텐데 이 지구에서 나는 어떤 일을 실천하면 좋을까? 내가 버린 쓰레기는 오늘도 넘쳐나고 이걸 먹이로 착각한, 나쁜 것인지 알 길 없는 동식물한테 피해가 간다고 생각하면 정말 무섭고 두려워. 이런 생각은 실천하지 않으면 무소용. 비겁한 변명만 되니까 앞으로 고민을 좀 더 진지하게.. 좀 더 생각해보고 실천할게. 오늘은 일요일이야. 교회 활동도 하지 말라고 나라에서 경고 메시지가 왔더라고. 출근하는 사람들은 어쩔 수 없지만 증상이 나타나면 아무 데도 가지말래. 그래. 출근은 제외야. 나 오늘 일요일 출근하러 회사왔거든. 어제도 왔었어. 5시간 하고 가려고 했는데 10시간 의자에 묶여서 밤 9시에 퇴근하는데 엉덩이가 아팠어. 오늘은 엄청나게 가열차게 일을 안 해도 되어서 느긋하게 나왔는데 나보다 팀장님이 먼저 나와계시네. 손 씻으러 화장실 가면서 생각했어. 난 참 이런 운이 없는 것 같아. 보통 상사들은 늦게까지 일하며 자신보다 먼저 나오고 자신보다 늦게 퇴근하는 직원을 기특하게 여기는 법이거든. 애써 상사에게 예쁨 받고 싶지 않지만 조직생활이란 게 미움보단 이쁨받는 게 낫더라고. 다들 어떻게 지내고 있어? 난 정말 코로나 때문에 망했어. 코로나 때문에 인류가 멸망하지는 않겠지? 내가 쫄보가 된 건 순전히 코로나 때문이야. 신종 바이러스가 창궐하는 데 나도 인류의 한 사람으로 한 몫했을테니 어서 빨리 그럴듯한 실천을 하자. 언행일치 내가 좋아하는 사자성어 중 하나거든. 언중유골도 좋아해. 다들 너무 불안해말고 잘 살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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