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에서 끝낼 수 없어

기쁜 우리 점심시간

by 나비


하루의 기분이란

온전히 나하기 달린 거니까

그때그때 적당한 장소에서 2차를 해야 해




1차에서 절대 끝낼 수는 없다. 지금 이 기분 좋음을 조금 더 오래 붙잡아두고 싶으니까 우린 2차를 꼭 해야 해. 직장인들이 결코 길지 않고, 만족스럽지 않은 점심시간 동안 식사를 하고, 통통해진 배를 튕기며 카페를 가는 이유다. 오늘도 한 잔 이상의 커피를 마셨지만 2차를 하러 카페에 갔다. 작은 카페는 이미 사람들로 만원. 운 좋게 좌석을 차지한 사람들은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무궁무진한 소재의 이야기보따리를 풀었다.

“이 커피에는 약 5온스의 물이 들어갔겠군.” 옆 좌석에 앉은 남자의 목소리가 가깝게 들린다. ‘5온스? 시장조사 나왔나?’ 안물안궁이지만 그도, 옆의 여자도 우리의 목소리가 가깝게 들리는 모양이다.

“앞에 새로운 상가가 생겼네?” 나의 일행이 던진 질문을 옆 테이블에서 받아 대화를 시작한다. ‘이봐요, 그건 우리의 대화 소재였어요.’ 웃프다. 두 사람은 신이 나서 상가의 꼬리를 물고, 나도 일행과 그닥 중요하지 않은 이야기를 질세라 이어간다. 작은 카페는 지속가능한 기분을 위한 목소리로 가득하다.

“아, 이 카페 나만 혼자 아는 곳이었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졌어.” 누군가 푸념 섞인 소리를 한다. ‘당신도 누군가에게는 그중 한 사람.’ '직장인을 찾아라 게임에서 이기고 싶다면 점심시간 카페에 오세요.'

나는 아무래도 기를 좀 뺏긴 게 틀림없다 생각하며 서둘러 엉덩이를 털었다.

“여기 커피 참 맛있다. 너무 맛있어.”

다시 일터로 가는 일행이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그 정도였어요?”

그럼 난 그걸로 족해. <5온스 물이 들어갔겠군> 커피는 앞으로 더 많이 팔릴 예정. 입맛과 마음을 달래러 온 직장인들로 문턱이 닳겠고, 우린 별 중요하지 않은 이야기를 너무도 진심을 다해 이야기하겠지? 때론 많은 사람 속에서 마음이 풍족해지고, 때론 헛헛해지고 한다. 그래서 적절한 2차는 선택 아닌 필수. (낼 2차는 산책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