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국, 떡국. 온 세상이 하얀 세상, 두꺼운 눈 이불로 뒤덮여 따뜻해 보여. 떡국 한 입 먹고 푹, 푹 아무도 밟지 않은 설국을 걷는다. 내가 찍은 발자국 몇 개인가. 하나 찍고 참새랑 눈 마주치고, 하나 찍고 돌담의 민들레 굽어보고 나는 그러했지. 아주 오래 전엔 시린 눈물도 흘렸어. 이리도 정겹고 견고한 발길 만드는 동안 나 무르익었어.
스무 살, 너는 터질 것 같은 설렘으로 날아오를 것만 같구나. 지상에 착지할 때 휘청거려도 다시 일어날 거야. 앞장설 때도 있고, 뒤처지는 때도 있겠지만 너의 길은 누구도 대신할 수 없고, 대신 걸어줄 수 없단다.
무르익은 나는 이제 누군가의 시린 눈물 닦아줄 수 있게 되었다. 언젠가는 지상을 날아올라 기억나지 않을 세상의 문을 열겠지. 참새의 눈으로, 민들레의 향기로 갓 스무 살, 너의 길을 바라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