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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비 Dec 10. 2021

내가 내 편이 되어줄게

입 하나, 입 둘, 입 셋 달콤해




똑순이처럼 굴 때도 있지만 허당에 어리버리가 8할인 나. 일주일 전에 병원에서 보험사에 제출할 서류를 떼왔는데 서류가 부족하단다. 진료비세부내역서 말고도 통원영수증과 통원확인서가 필요하다고.

원무과에 진료비세비내역서를 뽑아달라고 했는데 난 그안에 진단명이 있는줄 알았다. (어쩐지 없더라.)

영수증도 그안에 세부금액이 있긴하지만 실제 내가 쓴 영수증은 따로 내야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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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는 서울이고 병원은 인천이고

큰병원이라 의사쌤은 수시로 볼 수 없어서 일주일 전에도 겨우 일정 맞춰서 수술(가벼운) 경과와 조직검사 결과를 듣고 나왔더랬다. 보험사에 제출할 서류는 병원 1층 원무과로 가면 된다고 해서 야무지게 번호표 다시 받고 "진료비세비내역서 끊어주세요" 했다.

직원이 보험사에 제출하려고 하는거냐 묻긴했지만 그녀도 그 이상의 서류를 주진 않았다. (내가 바보다)나는 모든 것이 완벽한 기분으로 보험앱을 통해 바로 서류를 전송했다.

그리고 며칠 후 -고객님,서류부족. 통원확인서와 영수증 더 보내달라4딸라-

왜요? 어쩌서죠? 세부내역서론 안되나요?보험사에서 알아볼 순 없나요(개인정본데 안되지 이 고갱니마)거길 또 가야한다고요. 울집에서 먼데(네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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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 문의하니 팩스 노. 직접 와야하고, 진단명 있는 통원확인서는 굳이 의사가 있는 시간에 와야 된단다. 전산에 남아있는 게 아니야? 병원 일 안해봐서 어찌 돌아가는지 모르겠구요. 목마른 내가 우물 팔 밖에. 다시 회사 일정 등 조정하고 안 가도 될 뻔한 병원을 또 가고 있다. 버스 안에서 이 일로 짙은 수심에 잠겼다. 이렇게 세상물정도 모르고 어리버리해서 이 험난한 세상 혼자 어찌 살래? 자학인가 자기반성인가, 원무과에 갔더니 담당의사쌤한테 먼저 가야한대서 진료 끝날때까지 20분 이상을 기다렸다. (지난번에  간호사에게 서류제출해야한다고 물었을때 확인해주실 수 있던 것 아닌가요? 묻고 싶었지만 나는 그냥 반성을 하기로 했다)원무과 직원은 몇시간 기다리는 분도 있는데 금방 내려왔다며.. 나보고 운이 좋다는 식으로 위로를 건넸다. 긍가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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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가는 버스를 타려 병원 앞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눈앞 과일가게에서 딸기를 파는 것 같다. 딸기딸기! 전날 온라인장볼때 아른거렸지만 기대보다 넘 높은 가격에 사지 않았던 딸기다. 네모난 플라스틱에 담긴 건 6000원, 옆에는 딱 봐도 큼지막하고 달콤해보이는 딸기가 원형통에 담겨있다. 이건 얼마예요?아주머니는 라디오에 가려진 가격표를 보여주며 "만원인데 8000원에 드릴게요" 하신다. 오옷! 그럼 이거랑 옆에 애, 두 개를 살까 하며 혼잣말로 셈을 하니 "하나 하실거예요?"물으신다. "아뇨, 두 개 사고 싶어요" 했더니 큰 딸기를 7000원에 주신다고. 갬동이 밀려온다. 주세요주세요. 왜인지 현금으로 해야할것 같았지만 현금 없고. 조심스럽게 카드로 해도 되냐고 하니 오키도키 와이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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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색 비닐봉투에 담긴 딸기 두 바구니를 옆좌석에 놓고 버스타고 집에 가는 길, 나는 이 딸기를 사기 위해 오늘 이런  일들이 생겼음을 알았다. 마침 집에 놀러온 친구와 딸기를 나눠먹고 하나는 집에 들여보냈는데, 엄니아부지랑 잘 먹었다고 늦은밤 메시지가 왔다. 한 주일 전만해도 집 근처 과일가게에 흔했는데 지금은 또 찾으려니 없던 과일이었다.


나는 좀 더 신중하고 꼼꼼하고 날카롭지 못해 손해볼 일이 계속 생길 것만 같았다. 그런데 어디선가 부족함을 채워주는 무언가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그를 찾는 게 또한 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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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 하나, 입 둘, 입 셋

달콤한 딸기 삼키며 도란했을 풍경에 따뜻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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