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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창숙 Nov 26. 2021

엄마는 좋겠다! 늙어서!

살아온 날의 단상

  

잉? 이게 무슨 말?

"엄마는 좋겠다. 늙어서!"라니?


 5년 전이었다. 큰딸과 남편하고 셋이서 순천 여행을 했다. 순천 가기 전  벌교에 들려 꼬막 밥상으로 배부르게 먹고, 조정래 문학관에도 다녀왔다. 그리고 '순천만 습지'에  들렸는데 입장료가 1인당 8,000원이란다. "5,000원만 하면 좋을 텐데 8,000원은  비싸다."라고 생각한 순간, 안내소 직원이  생각을 꿰뚫어 본 것처럼 "만 65세이면 입장료가 면제예요."라고 하는 것이다.  얼른 신분증을 꺼내보았다. 오호! 만 65세가 지난 지 보름이 되었다. 그리고 남편은  65세가 지나 무료 대상이었다. 와! 정말 좋았다. 처음으로 경로우대권이 내게 주어진 것이다. 8,000원을 받은 것도 아닌데 입이 헤~벌어지게 좋았다. 


 경로우대로 무료입장을 하고 나니 내가  나이 먹어 늙은 건 생각 안 하고 무료인 것만 좋아서 신나 했다. 큰딸은 8,000 주고 입장 표를 끊고는 "엄마는 좋겠다. 늙어서!" 하며 깔깔거리고 웃었다. 이럴 수가! 내가 티 나게 어린애처럼 좋아하는 모습이 우습기도 하고 행복해 보이기도 했나 보다. 용돈을 받고도 이리 좋아하지 않았는데 경로우대로 8,000원을 내지 않고 무료로 입장한 것 나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던 거다. 


그 이후 큰딸은 나를 공짜를 좋아하는 엄마로 치부하며 놀려댔다.


 얼마나 좋은가! 늙어서!

매일 가지 않아도..

어쩌다 한 번 가도...

국립공원을 경로우대로 갈 수 있는 나이가 된 것을...


그러나 이 경로우대는 그냥 주어진 것이 아니라, 전쟁을 겪고 나름 모진 삶을 살아온 것에 대한 존경에 대한 마음을 담아낸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2년 전에 큰딸과 서울 지하철을 이용하게 되었다. 지하철 자동판매기에 경로우대 표시된 곳을 터치한 후 신분증으로 신원을 밝히고 500원 동전을 넣으면 1회용 지하카드가 나왔다. 나는 1회용 지하철 카드를 탑승 입구 지정된 곳에 대고 들어가며 한 발을 내딛는 순간, 어디선가 지키고 있다가 날아온 듯한 직원이 큰소리로 외쳤다.

"무임승차하셨습니다. 신분증을 보여주십시오."  

"에구.. 무임승차라니?"

나는 지하철 표를 받고는 아직 지갑에 넣지 못한 신분증을 손에 들고 있었다. 그때 큰딸이 웃으며 또 소리쳤다.

" 울 엄마가 젊어 보이나 보네."


그 직원은 "죄송합니다."를 연발했고, 나는 "고맙습니다."를 연발했다.


그러나 그때까지도 어쩌다 한 번씩 타는 지하철 노약자석엔 앉지 못했다.

젊어 보여서!... ㅎㅎ

(나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서울 올라가서만 지하철을 탑니다.)


늙어서 좋다.

누구나 다 나이를 먹고 늙는다.

감사하다.

이 나이까지 정신줄 놓지 않고 살아있고,  탈 없고,

건강하게 살아있음이 감사하다.


또한 지금은 조급하지 않다. 세상 돌아감에 민감하지도 않고, 하고 싶은 좋은 일들을 하면 된다.

젊었을 적 못해본 것들을 지금 해보는 기쁨도 있다.


글을 좀 못 쓰면 어떠랴! 마음 가는 대로 쓰면 된다.

사계절을 느끼며 그리는 그림 또한 엉성하면 어떠랴! 정성을 쏟으면 된다.

시간에 쫓겨 바쁘다 못 읽었던 책 리뷰는 못해도, 돋보기 끼고 읽을 수 있음이 감사하지 않은가!

그리고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걸을 수 있지 않은가!


그래.

경쟁이 아닌 동행의 삶으로 살아가자.


그리고 나는 마음에 담아 두었던 말을 되뇌었다.


"는 죽음을 잊고 살지라도

죽음은 나를 기억하고 있다는 것을..."


11월 28일부터는 전례력으로  2022년이 시작되는 대림 시기이다.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기 위해 마음에 담아두었던 말을 다시 한번 되뇌면서 '늙어서 좋은 것'들을 만들어 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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