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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창숙 Oct 28. 2021

나뭇잎 쪽지 편지를 현충원에

살아온 날의 단상


현충원


친정아버님 뵈러 현충원 가는 날!


태양은 불어 터진 국수처럼 뿌했고, 

입고 있는 옷은 친한 척

휙휙 몸에 감기는 날이었다.


친정아버지 하늘로 올라가신 지 23년째.

그렇게 아버님은 70세의 연세에 하늘로 올라가셨다.


"아버지가 그립다." 하고 말을 하면

내 눈은 싸해지며

눈의 핏줄기 따라 웅덩이에 물 고이듯

눈물부터 고인다.

 

 사위들 모두 모이면

술 한잔 하시며 부르시던 노래

'가는 세월' 이 이토록 다가오는 것은

내가 내 아버지의 나이가 되었기 때문일 게다.


아버님 죽음의 순간은

하늘을 온통 먹물을 뿌려 놓은 듯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땅은 모두 늪지대인 듯,

한 걸음도 걸을 수 없었다.


마치 커다란 운석이 하늘에서

내 가슴에 쿵하고 떨어져

깊게 파인 느낌이었다. 


아버님의 죽음은

내게는 하늘의 무너짐이었고

아버지께서는 하늘의 문을 여심이

동시에 일어난 것이다.


그렇게 아버지는 마지막 베네딕토라는

세례명만 가지고 떠나가셨다.


발인 전날 입이 말라

혓바닥 조차 뻣뻣해져 있는 내게

육개장 한 그릇에 밥 말아

숟가락 하나 꽂아  엄마가 내밀었다.


"산사람은 그래도 먹어야지"

 

밥이 넘어갈까

눈물로 한 숟가락 입에 넣으니

육개장 건더기가 씹지도 않았는데

스르르 목구멍으로 넘어갔다.

또 스르르 넘어가고...


육개장이 맛이 있으면 안 되는데

육개장 건더기가 또 스르르 넘어갔다.

마치 목구멍에 블랙홀이 있는 것처럼.


아버지 죽음의 슬픔처럼

육개장의 혀끝의 맛이 슬퍼

난 흐느꼈지만  건더기는 삼켜지고 있었다.


지금도

아버지 죽음의 기억 뒤엔

육개장의 건더기가

스르르 스르르

내 목구멍으로 넘어가고 다.


쉬어서 버리면 안 되는 팥죽처럼.

....

그 산이 정말 거기에 있었을까 <박완서 님>

208p

"쉬어서 버리면 안 되지.

엄마가 헛소리처럼 말하면서 팥죽을 가져오라고 손짓하였다. 우리는 둘러앉아, 사랑하는 가족이 숨 끊어진 지 하루가 되기 전에 단지 썩을 것을 염려하여 내다 버린 인간들 답게 팥죽을 단지 쉴까 봐 아귀아귀 먹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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