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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창숙 Nov 03. 2021

구름 솜사탕

살아온 날의 단상

구름 솜사탕


 나는 초등학교 방과 후 강사로 아이들하고 수업을 끝내고 나오니 구름이 그림처럼 쳐져 있었다.


푸른 논과 비닐하우스 위 작은 산 위에 몽골몽골 구름이 를 사로잡았다. 나는 그대로 집으로  수가 없었다. 그 구름에 반해 나는 날개가 있다면 구름까지 날아가고 싶은 마음이었다.


구름은 하얀 크림 같았고

수채화, 유화 물감을 그냥 쭈욱 짜서

손으로 살짝 뭉게 놓은 것도 같았다.


나는 그렇게 구름을 보며 있었다.


행복했다.

구름을 보고 있음이... 

             '솜사탕이 구름 되어' 사진: 빈창숙


 아들이 네 살 때였다. 그러니까 지금부터 30년전이다.

아들과 함께 예방접종을 하기 위해 보건소까지 정거장을 걸어서 갔다. 보건소 앞에는 솜사탕 만드는 할아버지가 솜사탕을 만들고 계셨고, 아들은 '방앗간을 그대로 못 지나는 참새'처럼 솜사탕을 사달라고 하였다.


나는 "의사 선생님한테 인사 잘하고 주사도 잘 맞으면 사줄게." 하고 약속을 하였고, 아들은 나와의 약속을 '당근 앞에 말'이 된 것처럼 잘 지켰다. 그리고 솜사탕 하나에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업어달라고 하지도 않고 씩씩하게 걸어왔다.

  

그리고 며칠이 지났다. 아들은 놀다가 내 치마를 잡으며

"엄마! 주사가 맞고 싶어. 주사 맞으러 가자." 하는 것이었다.


세상에나!

주사 맞을 때면 언제나 싫다고  큰소리로 울고 발버둥 치던 녀석이 자진해서 주사를 맞겠다니  이럴 수가!


아들은 주사가 맞고 싶은 게 아니라 주사 맞는 아픔을 감내하고서라도 '솜사탕'이 먹고 싶었던 거다.


"아들! 솜사탕이 먹고 싶구나. 주사 안 맞아도 돼. 솜사탕 사러 가자." 나의 말 한마디에 아들은

"우아! 우리 엄마 최고!" 라며 강아지처럼 깡충깡충 뛰었다.

아들은 솜사탕 사러가는 동안 좋아서  춤을 추었고  솜사탕을 먹으며 달콤해서 함박웃음을 지었다.


솜사탕은 설탕의 맛이 아니라

사랑의 맛이었던 거다.


                   '솜사탕이 구름 되어' 사진:빈창숙


구름 솜사탕


솜사탕 한 입 먹다

살랑살랑 바람에게 주었더니

부드럽다, 간지럽다

꽃에게 주고


들판에 핀 들꽃은

신비롭다, 단내 난다

나비에게 주고


홀로 날던 나비는

푸르다, 싱그럽다

하늘에게 주었어.


하늘은, 하늘은

살랑살랑 부드러운 마음으로

눈웃음 간지러운 눈길로

호기심 신비로운 웃음으로

벌름벌름 단내 나는 내음으로

넓디넓은 푸르른 하늘에

한 움큼의 싱그러운 손길로


그림을 그렸네.

솜사탕으로.


                 '솜사탕이 구름이 되어' 사진:빈창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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