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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창숙 Aug 23. 2024

살아온 날의 단상

까치

아침 일을 끝내니 9시경

창밖을 보니 햇볕이 투명한 것이 직선으로 내려 쬐고 있었다.

이제 9시인데...


지난 일주일 동안 걸음수는 다 합해서 5,000 보도 안 된다.

이러다가는 앉은뱅이 될까 신발을 신고 나섰다.

신발을 신고 나서기까지 걸을까? 말까?를 수십 번이나 되뇌면서...


아파트 뒤쪽으로 오전에 햇볕은 들지 않고, 바람은 부는 아주 상쾌한 숲길이 있다.

숲은 아닌데 나는 숲길이라 부른다.


숲길 따라 걷는데 한 마리 까치가 날지 않고 계속 걸어간다.

까치도 작정을 하고 걸으러 나왔나 보다.

계속 두 발로 종종 걸어간다.


오늘따라 까치가 많이 보인다.

아니 내가 까치를 많이 보고 있는 거다.

까치가 날아다니거나, 나무에 앉거나 모두 그러려니 했는데...

오늘따라 까치의 모습이 새롭게 느껴진다.

어디에나 있는 까치가 오늘은 특별난 까치처럼

까치의 날갯짓에 따라 내 눈이 움직인다.

지금 보이는 까치가

아까 보았던 그 까치인지 알 수는 없지만

나는 똑같은 까치일 거라고 생각해 버렸다.


오늘 아침 걸을까? 말까?를 반복하며 나온

머뭇거림의 아침 선물이

까치라고 생각하며...

그리고는 피식 웃었다.


아주 오래전

내 아이들이 어렸을 적  

앞니가 흔들거리면

앞니 하나를 실에 매달아 툭하고 뽑아

아이 손 잡고 밖으로 나가

뺀 이를 지붕에 던지고


아이에게는

까치가 뺀 이 가져가고

그래서 새 이가 나온다고 하던

아주 오래전의 이야기가 생각났다.


까치가 계속 보이는 것을 보니

오늘 아침 울 아파트 어느 집 아이가

흔들거리던 이빨을 혹시 빼려고 하나!


아파트가 높아서

뺀 이를 던지다가 나무 위로 올라간 뺀 이 물어다가

새 이로 바꾸어 주려고

나무 위에서 기다리고 있는 건 아닐까?


그리고는 또 피식 웃었다.

나의 어처구니없는 생각에...


                               by 빈창숙


내 아이들의 '헌 이' 가져가고

'새 이'를 가져다준 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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