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 똥! 똥!"

골목 안의 기억들

by 빈창숙

내 어릴 땐 물건 파는 사람들은 리어카에 짐을 싣거나 머리에 이고 다니며 골목을 돌아다녔어. 열무 장수는 큰 대야를 머리에 이고 다녔고, 달걀 장수는 볏짚으로 만든 꾸러미에 10알씩 달걀을 넣고 바구니를 들고 팔러 다녔지. 두부장수는 종을 쳤어. 그럼 얼른 두부를 담을 수 있는 그릇을 갖고 나가야 했지.


이런 먹거리 장수보다 우리들은 눈깔사탕이나 엿장수가 오면 쪼르르 엄마에게 달려갔고, 엄마보다 먼저 할머니가 나오셔서 하나씩 사주시곤 했지. 그리고 가끔 금붕어 장수가 리어카에 금붕어와 어항을 갖고 와서 팔면 우리들은 모두 놀던 것을 멈추고 금붕어를 구경하느라 정신이 없었지. 우리는 금붕어 장수가 올 때마다 엄마의 치맛자락을 잡고 금붕어를 사달라 졸라댔고, 엄마는 한참 후에야 우리에게 말 잘 들으면 금붕어를 사주시겠다고 하셨지. 그래서 금붕어 두 마리가 우리 집에 오게 된 거야. 그런데 우리보다 엄마가 금붕어를 더 좋아한 건 아니셨나 생각해.


엄마는 금붕어 키우는 것을 매우 좋아하셨어. 금붕어 두 마리는 주황색으로 꼬리가 살랑살랑했고 배도 빵빵한 것이 어항 안에서 우아하게 춤을 추듯이 물속에서 여유를 부리곤 했어. 그 모습은 주황빛 야들야들한 스카프를 몸에 두르고 춤추는 무용수처럼 매력적이었단다. 더군다나 금붕어가 살고 있는 집은 동그란 유리성으로 되어 있었고 입구는 신데렐라의 긴치마의 레이스처럼 물결 모습으로 되어 있었어. 나는 금붕어의 어항을 보면서 우리 집도 유리로 되어 있으면 어떨까 하고 생각했단다. 그럼 난 금붕어처럼 긴 드레스 입고 머리도 길게 기르고 걸어 다니는 상상을 하곤 했지.


그런데 먹이를 먹고 똥을 길게 달고 다닐 땐 매력적이긴커녕 술 한잔 거나하게 마신 뒤의 사람들이 제 똥도 못 닦고 나온 것 같은 모습이었어. 꼬리에 달린 굵은 실같이 생긴 똥마저도 하늘하늘하게 흔들리는 게 답답했지.

왜 날마다 똥을 길게 달고 다니는지.


똥을 꼬리에 길게 달고 있는 어항 속의 금붕어를 보고 어항 가까이에 얼굴을 대고는 나와 동생들은 서로 엉덩이를 좌우로 흔들며 "엉덩이를 흔들어. 꼬리를 흔들라고. 똥을 떼어내야지. 어이구! 똥을 달고 다니냐!" 이렇게 얘기를 하곤 했지. 그러면 첫째 동생은 "언니, 막내도 똥을 달고 다니는데." 그러면 막내 동생은 손을 엉덩이로 가져가며 아니라고 고개를 흔들어 댔지. 금붕어의 똥이 막내의 똥으로 연결되면 "거봐! 금붕어가 똥을 달고 다니면 돼? 안돼. 그럼 너도 똥 싸고 가만있으면 돼? 안돼?" 하며 둘째 동생이 훈계가 시작되고 막내는 똥 소리만 나오면 엉덩이에 손을 갖다 댔지.


금붕어의 똥은 셋째 동생을 주눅 들게 했어. 우리들이 금붕어한테 똥 쌌다고만 하면 셋째는 울어 댔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며 "아니야. 아니야" 하면서 울어댔지. 우리들이 "너 말고 금붕어가 쌌다고." 해도 셋째 동생은 울었어. 아직도 똥을 못 가리고 바지에 싸곤 해서 엄마에게 야단을 맞곤 했지. 그러면 할 수 없이 내가 업어주었어. 이럴 땐 어떤 얘기를 해도 셋째의 울음을 그치게 할 수는 없었는데 업어 주는 게 울음을 그치게 하는 명약이었거든.


헌데 말이야, 셋째 동생은 그래도 괜찮았어. 말을 좀 하니까. "쉬 할까? 응가할까?" 하고 물어볼 수가 있었는데, 막내는 말도 잘 못하면서 꼭 엄마와 할머니가 잠시 집을 비우면 영락없이 똥을 쌌지. 기저귀를 안 갈아 줄 수도 없고 막내는 엄마가 갈아줄 때는 가만히 누워있는데 내가 기저귀를 갈아주면은 이리저리 움직여서 나를 곤란하게 만들었어. 그래서 막내가 똥을 싸면 이제는 내가 우는 거야. 나는 막내 똥이 제일 무서웠어. 그때 나는 4학년, 겨우 10살이었거든.


막내는 기저귀 갈아주고 나면 또 쌌지. 그땐 지금처럼 1회용이 아니라 천 기저귀였기 때문에 오줌 한 번만 싸도 막내는 축축하다고 칭얼거렸지. 하지만 엄마와 할머니는 무릎 헤진 바지를 꿰매시거나 구멍 난 양말에 동그란 전구 등을 끼우고, 천을 덧대고 꿰매시는 것을 멈추지 않으시고는 "쟤, 쌌나 보다. 기저귀 갈아줘라." 하셨어. 그 말에 칭얼거리는 동생 바지를 들추면 영락없이 오줌이나 똥을 싼 게 보였지. 근데 이런 막내가 커가면서 똥을 싸놓고도 가만있을 때가 많았어. 똥을 싸 놓고도, 똥 냄새가 풀풀 나는데도 안 쌌다고 바지를 꽉 잡고 안 벗으려 했지.


그때 막내는 자존심이 상했을 거야.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생각해서 살짝 귀에다 대고 "응가했어? 괜찮아! 사람은 누구나 다 똥을 누지."라고 하며 아무도 안 보는데서 조심히 기저귀를 갈아 줘야 하는데, "똥 쌌으니 네가 가서 기저귀 갖고 와. 그리고 누워."라고 하며 모두 다 있는데서 엉덩이 드러내고 기저귀 갈아주고 한 번씩 엉덩이를 두드려 댔으니 자존심이 상했을 수도 있었겠네. 미안허이, 막내야.


엄마는 어항 속에 금붕어가 똥을 달고 돌아다니는 것을 못 참으셨어. 얼른 펌프질을 해서 어항 속의 물을 갈아주면 어항은 뽀드득 해지며 어항의 물은 맑고 투명해지지. 처음에 어항은 김이 서린 듯 뿌해졌다가 손으로 어항을 쓰윽 닦아주면 아주 선명하게 금붕어가 보이는 거야. 그 모습에 우리들도 속이 다 시원해지고 금붕어도 더 예뻐 보이고. 근데 문제는 그다음이야. 물을 갈아주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금붕어는 배를 위로한 채 눈도 동그랗게 뜨고 물 위로 올라와 있는 거야. 막내는 금붕어를 가리키며 "코야, 코야" 한다고 하는데 "코야, 코야"하고 자는 게 아니라 죽은 거였어.


그때 엄마는 몰랐던 거야. 왜 금붕어가 자꾸 죽는지. 지금 생각하니 펌프 물이 차가워서 온도 차이를 못 이겨 죽은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 살아 있는 금붕어는 우아했지만 널브러져 있는 금붕어는 슬펐어. 엄마는 죽은 금붕어를 신문지에 싸서 연탄공장 옆 빈 공터에 묻어 주곤 했지. 나보고 묻어 주라고 했지만 금붕어를 묻어주는 일만은 할 수가 없었어. 엄마는 금붕어 키우는 것을 포기하지 않았고 두 번인가 번 정도 새로운 금붕어는 우리 집에 왔지. 그러나 그 금붕어들도 얼마 가지 못하고 다들 죽었어. 엄마의 유일한 낙인 금붕어 키우는 것은 막을 내렸지.


어느 날인가 새장수 아저씨가 새를 리어카에 싣고 골목에 나타난 거야. 우리들은 모두 새장 속의 새를 보며 마치 살 것처럼 보고 있으면 "엄마를 불러와야 해." 하곤 말하셨지. 그러면 얼른 집으로 뛰어가 "엄마, 새장수 아저씨가 엄마를 불러오래요." 하며 엄마의 치맛자락을 잡고 늘어졌고 , 엄마는 새를 보자마자 새장수 아저씨에게 "새는 잘 안 죽어요?"하고 물으셨지. 새장수 아저씨는 "물과 모이만 그릇에 담아놓으면 돼요. 그리고 똥만 잘 갈아주면 안 죽어요."하고 말씀하셨어.


새는 잘 안 죽는다는 말에 엄마는 십자매 한쌍을 사 오셔서 마루 한편에 놓아두시더니, 달인가에 다시 온 새장수 아저씨에게 백문조 한 쌍을 사셨고 또 얼마 있다가는 잉꼬도 한 마리 사 오셨어. 새들은 좁은 마루 한쪽을 당당히 차지하고는 나란히 각각의 제 집 속에서 살았지. 우리들은 매일 새를 보며 좋아라 했지. 새들은 새장수 말대로 정말 죽지 않고 잘 살았어.


나는 열심히 새장 안에 신문지를 여러 장 겹쳐 놓고 이삼일에 한 번씩 똥 가득한 신문지를 빼 주었지. 그런데 새 똥은 새장 바로 앞 마루에도 똥이 튀어 마루 바닥에도 신문지를 깔아야 했고, 막내는 뒤뚱뒤뚱거리면서 "똥, 똥, 똥, "을 연발하며 그 새똥을 집어 아무 데나 문지르는 통에 나는 발에 불이 날 정도로 움직여야 했지. 막내의 손을 씻기는 것은 내 몫이었으니까.


금붕어 똥만큼 새똥도 만만치 않았어. 그렇게 예쁜 새들이 어찌나 똥을 많이 싸는지 신문지를 갈아주고 얼마 안 있으면 또 쌌지. 특히 십자매는 백문조와 잉꼬와는 달리 새장 안에서 계속 퍼드득 거렸고, 유난히도 십자매 앞에는 똥이 더 많이 튀었어. 난 신문지를 갈아주며 "똥 가만히 싸, 밖으로 다 튀잖아. 아니면 네가 치워." 하며 노골적으로 야단을 쳤지만 십자매는 아랑곳 않고 똥을 싸댔지. 휴!


어느 날, 정말 어느 날, 골목에서 놀고 있는데 갑자기 배가 싸르르하며 요동을 치는 게 아니겠어? 참을 수가 없어 노는 걸 중단하고 얼른 집으로 들어와 대문 옆에 있는 변소로 향했지. 그런데 할머니께서는 변소에 계셨고 나는 "할머니, 할머니, 빨리, 빨리"를 외쳤지만 할머니는 "지금 못 나간다. 신문지 깔고 눠라"라는 말만 하셨어. 아, 정말 애가 탔지. "할머니"하고 불러도 "흠흠!" 하는 소리만 연거푸 들리고 할 수 없이 난 신문지를 마당에 깔아야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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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한 내 엉덩이에서는 참을 새 없이 뜨끈한 게 흘러나왔고,

정신 차리고 앉은 상태에서 뒤 돌아보니 문은 언제나처럼 활짝 열려 있었고, 동네 아이들은 골목에서 노느라 왔다 갔다 하고 있었지.


나는 꿩처럼 머리만 집 안쪽에 숨겨놓고 있었던 거야.


그리고 마루에 있던 막냇동생이 나를 보며 "똥! 똥! 똥!"하고 외쳤어.


유리성에서 드레스를 입고 살던 금붕어가 부러웠던 마음은 그날 이후 싹 사라졌지.


그래서 한 가지 깨달은 게 있었어.

사람은 절대로 유리로 된 집에서는 살면 안 되겠구나! 라는것.ㅎㅎㅎ


또한, 70년을 살아보니

빛나는 건 보여지는 집이 아니라,

유리성처럼 밝고 투명하게 세상을 보고,

마음을 열어 진심을 전하고,

그렇게 세상을 빛으로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마음과 행동들이 유리성보다 더 빛난다는 것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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