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랑 노는 게 제일 좋아

하태완 작가의 글을 읽고

by 나비고

사랑의 세레나데. 아주 절절한 사랑 이야기 한판이 이 책에서 펼쳐진다. 극진한 사골국물처럼 뿌옇다 못해 누렇다. 단감처럼 딱딱하지 않고 달콤하기 그지없는 홍시처럼 빨갛고 물크덩한 작품이다. 다시 한번 사랑이라는 감정을 씹어보게 만들어 놓았다. 눈이 부시도록 빛나는 태양이 처마밑 고드름을 서서히 녹이면 금세 떨어진 물방울이 쌓인 눈을 파먹듯 박히는 사랑에 대한 젊은 작가의 생각이 놀랍도록 출중하다. 표현점수는 만점이고 난이도는 보통이다. 여기서의 표현점수는 시적인 단어이고 난이도는 지루함이다. 구구절절 사랑타령이다. 그만큼 사랑에 대한 감정을 충분히 느낄 수 있게 잘 담근 김장김치처럼 속을 채웠다. 맛있게 익어도 너무 잘 익었다. 맛을 보면 감탄사가 나올 지경이다. 아무도 없는 다락방에서 홀로 들어앉아 이것저것 꺼내보고 만져보았던 나만의 공간과 시간이 그립도록 사무칠 때가 있다. 미숙하지만 어른이고 싶어 했던 나의 젊은 날의 앨범을 보면 그렇다. 수줍음이 많았지만 때로는 나서기도 했던 나의 지난날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지난날의 내가 지금의 나를 알지 못했고 이렇게 지금의 내가 훗날의 나를 알지 못하듯 영원토록 변치 않을 사랑의 약속도 이제는 냄새나고 피해 다니는 길바닥의 은행처럼 보잘것 없어진다 해도 한 꺼풀 벗기고 씻어주면 단단하고 하얀 멀끔한 껍질과 그곳에 녹색알이 숨어있다는 사실만큼은 시리도록 안다. 주섬주섬 줍고 싶어도 줍는이 하나 없어 못 줍는 게 은행에 대한 우리의 자세가 되었다. 피하기 바쁜 은행의 악취는 가을 이맘때쯤이면 늘 마주하게 된다. 늘 마주하는 은행처럼 사랑의 파편들은 내 코에서 한 번, 눈에서 두 번 , 신발로 세 번, 그렇게 피하고 싶어도 향수처럼 은은하게 퍼지고 만다. 그 아무리 잊으려 해도 안 잊히는 것들도 세월을 막지는 못하거늘 이상하리 만큼 이맘때의 뇌의 측두엽을 아프게 하는 이유는 수학문제만큼이나 싫다. 계절은 옷깃을 여미게 만들고 그럴수록 그리움은 매섭게 겨울보다 적응하기 어려울 정도로 파고든다. 외롭고 허전한 마음을 다 잡는 데는 일교차는 도움이 안 된다. 더웠던 시간이 차가운 시간으로 바뀌려면 한바탕 힘겨루기를 해야 하고 어차피 승부는 겨울이 이긴다. 자리를 내어주기 싫지만 어쩔 수 없는 절기의 순환법칙은 거스른 적이 없다. 수많은 인파 속에서 나의 상대가 누굴까 고민하던 청춘은 반백의 나이가 되었고 작사와 작곡을 했다. 어느 순간 살다 보니 편곡도 하고 싶어졌다. 원곡을 헤치지 않는 방향으로 편곡의 가닥을 잡고는 있지만 쉽지가 않다. 수많은 아이디어를 짜내도 편곡은 어렵기 짝이 없다. 그래서 편곡은 아무 나하는 것이 아니라는 깨달음과 힘듦을 겪고 있다. 계속 편곡 중이라는 사실과 편곡의 시간은 재미와 스릴도 있지만 두려움과 파탄을 염두하지 않을 수없었다. 머리로는 후자를 가슴은 전자를 지향한다. 말 그대로 온탕과 냉탕을 미친놈처럼 첨벙 대며 옮겨 다녀야 했다. 남의 시선은 항상 나를 향하고 있었고 욕을 하고 있었다. 무엇이든 시도하려 했고 매일 쓰고 지우기를 반복하지만 편곡의 굴레에선 벗어나기가 힘들었다. 투자 대비 곡의 완성도는 형편없지만 매번 편곡의 늪에 빠지는 것은 충분한 흥분과 사랑의 짜릿함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작을 한 이상 그 끝장을 봐야 나올 수 있다. 달콤한 성배뒤에 무서운 큰 파탄이 도사리고 있다는 사실을 망각 한 채 잔을 부딪치고 들이켜게 된다. 해본 사람이 편곡해 본다고 처음 하는 나로서는 다음 파트 넘어가기가 쉽지가 않다. 자꾸 엇박자가 나기 때문에 그렇고 노심초사 걱정이 앞서기 때문에 사주경계를 하기 바쁘다. 정말 사랑하는 너를 만났기 때문에 항상 기분이 야하다. 긴 시간을 아무 일 없듯 편곡에 임하는 게 좋다. 둘 다 정신줄을 놓으면 편곡은 망치고 만다. 사랑하는 감정이 생긴다는 것은 좁은 공간에서 오랫동안 있다 보면 생기게 된다. 마치 샘이 나올 땅이 아니었는데 물이 차올라 땅을 적시고 커져만 간다. 비 오는 것을 유독 좋아하는 그녀의 목소리가 아침을 깨운다. 많이 사랑하고 있다는 증거는 부를 때 표정으로 나타난다. 어리광스러운 억양을 구사한다거나 장난기가 발동하며 속삭임만으로 사랑의 감정을 느낄 수 있다. 갑자기 찾아와 이제는 나의 전부가 되어버렸다. 같이 있는 것만으로 쳐다만 봐도 좋다면 사랑이다. 퇴근 후에야 비로소 같이하는 시간이 주어진다.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아서 더욱 애틋하고 사랑스럽기 그지없다. 오키나와로 여행을 가면 좋으련만 그럴 수 없는 사정이다. 바다를 보며 선셋을 감상하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해 본다. 키스를 하고 포옹을 할 것이다. 격렬하게 사랑을 할 것이며 여행 내내 사랑을 할 것이다. 구석구석을 나의 것으로 만들 것이다. 해안가의 풍경은 사랑의 풍경으로 빨갛게 물들 것이다. 누구의 시선과 간섭이 없는 우리만의 사랑의 역사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하며 오늘도 잠을 못 이룬다. 눈이 맞는다는 것은 한동안 같은 시간을 함께하면 눈이 맞는다. 좁은 공간에서 있다 보면 눈이 맞는다. 첫눈에 한쪽이 먼저 반하고 서서히 스며드는 케이스도 있고 둘이 동시에도 맞는다. 무수히 많은 눈 맞는 얘기는 끝이 없는 우주와 같을 것이다. 같이 생각을 공유하고 울고 웃을 수 있는 네가 있다는 것은 행복의 꿀통이다. 꿀통에 온갖 벌들이 꼬이기는 하지만 달콤해서 그렇다고 이해한다. 달달함이 진동하기 때문에 찍어보려고 한다. 그 달달함이 너무나 달기 때문에 야금야금 빼먹기도 하고 한꺼번에 먹으면 금방 질려 버릴 수도 있다. 사랑한다는 것은 정말 좋다. 너무 좋아 저절로 몸이 반응하고 얼굴에 생기가 돋는다. 눈물로 얼룩진 사랑을 해봤다면 사랑에 대한 아련한 추억으로 각인되어 폐부 깊숙이 남아있어서 흘러나오는 노래가사는 모두가 당신이 경험한 사랑이라고 말하곤 한다. 가사의 내용은 왜 이리 절절한지 사랑 중이라면 나의 감정과 상태를 얘기하는 것 같아서 리스트에 올려놓곤 한다. 밤하늘을 수놓은 별을 이야기하고 들판에 핀 코스모스를 봐도 즐거워진다. 같이 손잡고 어디라도 떠나고 싶은 날이면 보고 싶어 진다. 지금의 사랑하는 그녀와 오늘도 다퉜다. 깜빡이를 켜고 만지라고 말하고 원칙을 지키라 말한다. 만지고 싶을 때는 켜는 게 맞지만 켜지 않고 할 때도 있고 안 할 때도 있는데 그것을 꼭 집어서 말한다. 부드럽게 진입하는 것을 좋아하고 자연스러운 흐름을 방해받기 싫어한다. 무척이나 바르고 자기주장이 확실한 친구임에는 틀림이 없다. 진정 나를 사랑하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자꾸 불확실한 행동을 하거나 제 멋대로 행동을 하는 바람에 늘 의심하게 만든다. 내 여자만큼은 나만을 위해서 웃어줬으면 좋겠는데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이 기분이 좋지 않다. 나는 너만을 바라보는 사랑을 하고 너는 여러 사람을 바라본다. 아무리 생각해도 너는 그렇게 하면 안 된다. 나는 너만을 위해서 살고 더 잘해줄까 생각을 하는데 너는 나에게 무엇하나 해준 게 없다. 이 관계를 청산하고 싶다가도 좋기 때문에 늘 내가 손해 보는 기분이다. 누가 이기고 지고의 문제를 떠나서 사람을 갖고 노는 것을 보면 타고난 유혹과 조정의 기술을 타고났다. 뭉툭한 주먹에 침을 바르고 쓸 때 없이 앉아서 하품을 한다거나 사람들 앞에서 끼를 부린다. 유독 친절을 베풀지 말아야 할 이성에게도 과잉적으로 친절을 베푼다. 이렇게 까지 해야 할 필요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나 보란 듯 나 아닌 다른 사람에게 매력을 발산한다. 힘들게 하는 것도 여러 가지이지만 그렇다가도 유혹을 하고 다가가면 도망가고 아주 기막힌 전술을 구사한다. 그것을 배워서 써먹고 싶을 정도로 탁월한 조정을 하고 나로 하여금 조정당하게 만든다. 나는 늘 직진이고 당장해야 직성이 풀리지만 너는 그렇지 않다. 여러 상황을 인지하고 발각을 두려워한다. 그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감질나서 죽을 지경이다. 가장 힘들지만 가장 좋은 상대를 만난 것으로 위안을 삼는다. 매일보고 식사를 하고 감자를 캐지만 거기까지다. 그 이상은 진전이 안된다. 그 이상을 바라지 않는 것인지 말대로 원칙을 지키고 싶은 건지 모르겠다. 심지어 먼저 나한테 키스해 놓고 스킨십은 하지 말라고 말한다. 매번 상황은 똑같다. 친구 하자 했다가 애인이야 했다가 반복이다. 두고 봐야 할 노릇이지만 내가 사랑한 이상 멈출 수는 없다. 이만저만 배려를 해도 끝이 없는 스타일은 나를 지치게 만들고 어렵게 만든다. 언제까지 맞춰야 될지 모르지만 내가 또 멀어지려고 하면 다가온다. 누군가 그런 말을 했다. 여자가 좋으면 붙는다. 이번 시즌에는 나의 기도가 이루어질 것이고 나도 너처럼 해보는 테스트를 해봐야겠다. 이 사랑은 어떠한 미래가 펼쳐질지 나도 모르고 너도 모른다. 굳이 사랑의 감정이 아니라도 어떠한 감정이라도 스며들었다면 빠지는 것은 어렵다고 보인다. 밤시간에는 늘 놀이를 하지만 노터치다. 이것도 이해가 안 가는 부분 중에 하나이다. 매일 창밖으로 보고 있는 사람이 남편인지 애인인지는 모른다. 도대체 뭔지 모르겠지만 좋아하는 것은 맞다. 그러니 같이 있을 때면 아쉽고 늘 시간이 부족하다. 떨어져 있는 주말은 정말 그리움에 사무친다. 같이 살고 싶고 모든 시간과 순간을 함께하고 싶다. 얼마 전 타로점을 우연찮게 보게 되었는데 천생연분이라고 한다. 이보다 더 좋을 순 없고 같이 노는 게 정말 좋다. 혼자든 둘이든 노는 것이 좋아야 한다. 노는 것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이고 즐거움이다. 나는 오늘 너와 놀고 싶다. 입맞춤을 하고 함께 가을바다를 보고 싶다. 그루밍도 격렬하게 하고 싶다. 그녀의 몸을 더듬고 구석구석 애무하고 싶다. 가장 기쁜 일이 될 것이고 너무 좋아서 매일 하게 될 것이다. 솔직히 다음 생 말고 이번생에 같이 살고 싶다. 얼마나 좋아하는지 모르는 게 가장 나의 딜레마이다. 나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정말로 알고 싶다. 좋은데 만지지 못하게 한다. 그게 가장 고민이다. 슬프기도 하고 허락하지 않으니 어찌할 방도가 없다. 그녀의 매력은 정말 곧음에 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태가 곧다. 그것이 그녀를 그렇게 다른 이로 하여금 호감을 사게 할 것이다. 겸손한 척 하지만 당당한 걸음걸이와 실룩거리는 엉덩이를 보면 나는 알 수 있다. 쳐다볼 테면 봐라의 걸음걸이와 도도한 뒤태는 나를 따라가게 만든다. 오늘 정말 무슨 일이 벌 어질 것 같은 느낌이다. 그렇게 기도했던 그녀의 사랑의 답을 받을 것 같은 하루이고 기대가 되는 하루이다. 자연스러움을 추구하지만 어느 정도의 계획은 연애에 있어서 있어야 한다. 나의 계획이 공격이라면 그녀의 계획은 방어일 것이다. 벌써 5년이 돼 간다. 세포마디마디 그녀를 사랑한다고 외치고 있다. 오늘 그 문이 열릴 것이다. 나의 사랑하는 그녀와 했던 일은 너무나 간헐적이라 목이 말라죽을 지경이다. 꾹꾹이도 단둘이서는 손에 꼽는다. 그리고 키스는 그녀가 먼저 했고 나중에 그녀가 잠에 취했을 때 한번 했다. 제대로 포옹을 한 적도 없다. 그러니 나로서는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다. 아마 그녀도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라 믿는다. 자제력 면에서는 나를 초월한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인상을 찌푸리고 소리를 지른다. 그녀만의 방어방식이자 무기는 깨물고 숨는다. 고무줄처럼 나랑 편하게 놀 수 있는 시간은 내년이라고 했다가 내후년 후라고 했다가 자기 멋대로 바꾼다. 어리광도 피우고 막내라서 귀여움이 배어 있다. 예쁘고 사랑스럽기 그지없고 목소리는 기가 막히고 손은 부드럽고 가슴은 크지 않다. 나의 영원한 사랑이자 끝사랑이다. 나는 그녀를 정말 사랑하고 있어서 너무나 인생이 행복하다. 나의 전부이자 목숨이다. 그녀의 숨소리는 나를 설레게 한다. 유난히 숨소리가 잘 때는 거칠어진다. 원래 조금 눈도 크고 코가 눌려 있어서 약하다고 했는데 너무나 씩씩하게 걷는다. 기분 좋으면 뛰기도 하고 내가 없으면 그렇게 울어댄다. 손도 예쁘고 다 이쁘다. 나의 사랑 나의 여자다. 그래서 나는 행운아이고 복 받은 사람이다. 나의 여자가 항상 나를 생각하고 있다는 것은 행복한 삶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