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로버트 제임스 월러 작가의 글을 읽고

by 나비고

시처럼 아름답고 눈물 나는 사랑의 이야기가 마음을 적신다. 불현듯 이 책을 집어 들었다. 어쩔 수 없이 보내야 하는 프란체스카 존슨의 눈물과 떠나는 로버트 킨케이드의 아련하고 아쉬운 눈물은 영롱한 이슬이 되어 매일 새벽 온 대지를 덥고도 남을 만큼 충분하고 충분하다. 숱한 사랑 이야기는 화수분처럼 마르지 않는다. 나흘간의 절절한 사랑 이야기이고 숨기고 싶은 그들만의 여름 이야기는 나조차도 숨기고 싶을 정도로 아슬아슬하고 설레게 만든다. 니콘카메라를 둘러매고 코닥 크롬 필름과 맥주가 들어있는 아이스박스를 싣고서 낯선 시골의 다리를 촬영하러 로버트는 트럭을 몰고 간다. 길을 잘못 들어 집에 홀로 있는 프란체스카에게 다리 위치를 물어보면서 그들의 사랑 이야기는 시작된다. 프란체스카의 남편과 자식들은 송아지 품평회를 가서 없었고 프란체스카는 오랜만에 자유를 만끽하고 있었지만 허전함과 무료함으로 집을 지키고 있던 차에 아주 멋진 중년의 사진작가를 만나게 된다. 그들의 입맞춤과 사랑의 행위는 유부녀와 이혼남의 잠깐의 애정행각이자 불륜이지만 그 행위를 멈추었고 그 누구에게도 죽을 때까지 발각되지 않았기 때문에 시간이 흐른 이후에는 아름답고 멋있는 사랑이 된 것이다. 프란체스카는 이탈리아 태생의 여자였고 남편을 만나 오하이오주의 시골 마을에서 남매를 낳고 살아간다. 시골 마을은 동네 사람이 누가 어제 뭘 했는지 금방 소문이 나는 그런 마을이다. 외지 사람이 온 것도 입소문으로 전부 공유가 되는 비밀이 없는 시골 마을이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의 사진작가인 로버트는 프란체스카에게 길을 물어봤고, 프란체스카는 길을 알려주기 위해 로버트의 트럭에 타게 된다.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옆에 타서 가르쳐주는 편이 좋을 것 같았다. 둘과의 어색한 통성명과 어떤 사람인지 대화를 나눈다. 처음 만나는 남녀 간의 미팅처럼 차 안에서 둘은 그렇게 담배를 나눠 피며 다리로 향한다. 차 안에서 로버트가 스킨십이 살짝 이루어진다. 자동차 서랍에서 물건을 꺼낼 때 로버트의 손이 프란체스카의 다리에 닿게 되고 담배에 불을 붙일 때도 손이 닿게 된다. 이런 스킨십이 간지럽다. 다리에 도착해서 사진작가로서 다리를 촬영한다. 빛의 각도에 따라 셔터속도를 달리하며 작품을 만들어간다. 프란체스카는 다리로 들어가서 촬영하는 로버트를 바라본다. 이미 첫눈에 그 남자 그 여자는 반한 것이다. 이미 길을 물어볼 때 눈빛에서 스파크가 튀었다. 둘만의 데이트가 시작이 된 것이다. 로버트는 강둑에 피어있는 꽃을 꺾어서 선물한다. 프란체스카는 꽃을 받아 들고 기뻐한다. 이 시골 마을에는 이렇게 로맨틱한 남자는 없었다. 보면 볼수록 점점 서로에게 빠져들게 된다. 촬영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간다. 프란체스카는 차를 한잔 마시고 가라고 말한다. 기꺼이 그러겠다고 로버트는 그녀의 집으로 들어간다. 집에 들어가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로를 알아간다. 농부의 아내로 살아가는 프란체스카는 사진가로서 전 세계를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로버트의 이야기가 마냥 새로울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저녁이 되자 프란체스카는 저녁을 먹고 가라고 말한다. 저녁을 먹고 가겠다고 흔쾌히 승낙하는 로버트도 프란체스카의 따뜻한 마음을 받아들인다. 둘이서 맛있는 저녁을 하기 위해서 텃밭에서 채소를 따서 찬거리를 준비한다. 둘은 라디오를 틀어놓고 저녁을 준비한다. 둘만의 저녁 식사를 나누기 전 둘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춰 춤을 춘다. 그리고 맛있는 저녁을 즐긴다. 프란체스카와 둘은 호감을 느끼지만 여기서 그만 멈춰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로버트는 내일 촬영을 위해 숙소로 돌아간다. 프란체스카는 보내기 싫었지만 보내준다. 로버트는 떠났지만, 침대맡에 잠들기 전 로버트를 그리워한다. 그리고 메모지에 내일 아무 때나 집으로 오라는 메시지를 적는다. 그 메모지를 들고 다리에 붙여놓고 잠자리에 든다. 날이 밝아서 로버트는 다리에서 그 메시지를 확인한다. 그리고 전화를 한다. 프란체스카는 로버트의 전화를 받고 저녁에 오겠다는 말을 듣는다. 프란체스카는 그를 맞이할 준비를 한다. 예쁜 원피스를 새로 구입해서 치마 기장을 줄여서 입는다. 로버트는 그녀의 집에 찾아온다. 맥주가 준비되어 있었고 브랜디도 준비되어 있었다. 로버트가 먼저 샤워를 끝마치고 난 후 프란체스카도 목욕한다. 프란체스카는 그가 바로 전 목욕한 욕실에서 씻고 있다는 것에 불타오르는 묘한 감정을 느낀다. 그리고 둘은 서로를 포옹하고 키스를 한다. 그리고 사랑을 나눈다. 둘의 사랑은 끝도 없이 이루어졌고 흠뻑 사랑에 빠졌다. 프란체스카는 로버트에게 이름이 새겨진 목걸이를 선물한다. 사랑의 행위가 이루어지기 전에 로버트는 지금이라도 못 하겠으면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지만 이미 둘은 사랑했고 서로서로 원하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프란체스카는 그를 받아들였고 둘은 행복한 사랑의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둘은 남들의 이목을 피해서 각자의 차로 이동하여 데이트를 즐겼다. 그리고 둘 앞에는 어쩔 수 없이 헤어져야 하는 시간이 오고 있다는 것도 알았다. 그동안의 꿈꿔왔던 남자였고 여자였다. 이렇게 늦게 만난 것이 아쉬울 따름이었다. 로버트는 떠났다. 같이 가자고 몇 번이고 말하고 싶었다. 그것은 프란체스카도 마찬가지였다. 프란체스카는 가족을 위해서 그를 따라갈 수 없었다. 남들 가족들을 생각해서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야 했다. 그리고 그가 떠나간 거리를 보고 한참을 멍하니 있었다. 송아지 품평회가 끝나고 가족들은 돌아왔다. 그리고 다시 일상으로 되돌아갔다. 남편과 함께 시내에 식료품을 사러 나갔다가 로버트의 차를 발견하고 눈시울 적시며 이제라도 늦지 않았으니 따라가고 싶었지만 따라가지 못하고 집으로 되돌아와야 했다. 그렇게 세월은 흘러 남편은 죽고 프란체스카는 로버트를 찾으려고 내셔널지오그래픽에 전화를 걸어 그를 찾아봤지만 찾을 수 없었다.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잡지를 구독하는 일밖에 없었다. 로버트의 사진에는 그녀가 준 프란체스카 이름이 새겨진 목걸이를 볼 수 있었다. 그렇게 세월은 흘렀고, 로버트는 죽었다. 그의 유언대로 그의 유품이 그녀에게 보내진다. 로버트의 카메라와 책과 목걸이 그리고 그녀가 써놓았던 메모지를 발견하고 오열한다. 그녀에 대한 그리움으로 그렇게 살다가 한 줌의 재가 된 로버트의 유품을 보면서 그녀는 옛날의 기억을 회상한다. 그리고 프란체스카도 로버트를 그리워하다가 죽음을 맞이한다. 그녀의 유품을 자식들은 변호사에게 받는다. 그리고 많은 것을 알게 된다. 송아지 품평회 때 로버트를 만났으며 사랑을 한 자신을 용서해 달라고 적혀있는 편지와 그렇게 딸이 한 번만 입어보자던 드레스를 왜 입어보지 못하게 했는지 딸은 이제야 알게 되었다. 그 드레스는 로버트와의 웨딩드레스와도 같은 옷이었기 때문이다. 로버트는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자식들에게 고백했고 사랑했으며 역시나 아버지도 좋은 사람이었고 사랑했다고 썼다. 그리고 자신이 죽으면 화장해서 다리 밑에 뿌려달라는 유언이 적혀있었다. 자식들은 그의 어머니를 이해했고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한 것이 사랑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죽어서 그들은 다리 아래 한 줌의 재였지만 같은 곳에 뿌려졌고 그들의 사랑은 영원히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아래에서 만나게 되었다. 참으로 애틋하고 숨 막히는 사랑이 감동으로 다가온다. 그 감동을 더 느끼고자 바로 영화를 다시 봤다. 역시 명작은 명작이었다. 로버트를 연기한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너무나 멋지고 로맨틱했고 프란체스카를 연기한 메릴 스트립은 지금 다시 봐도 정말로 아름답다. 눈빛은 서로를 갈구했고 그들의 연기는 진짜로 사랑하는 사이처럼 느껴졌다. 책 속에 편지와 감정 묘사를 충분히 살렸다고 생각한다. 중년의 사랑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아마도 프란체스카의 남편은 눈치를 챘을 것으로 짐작한다. 죽기 전 프란체스카에게 당신의 꿈을 못 이루게 해 줘서 미안하다고 한다. 로버트를 따라가지 않은 프란체스카의 결단이 아름다운 사랑을 만들어 주었다고 생각한다. 사랑을 위해서 가족을 버리고 갈 수 있었지만, 프란체스카는 가족을 택했다. 로버트도 프란체스카를 생각해서 더 이상 잡지 않았다. 마음속에 묻어두고 평생을 살았다. 그 마음이 오죽했을까 생각하니 가슴에 저며온다. 사랑은 참으로 위대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위대하고 아름다운 것이다. 프란체스카와 사랑을 나누고 헤어지기 전에 로버트가 프란체스카에게 한 말이 가장 마음에 든다. “애매함으로 둘러싸인 이 우주에서, 이런 확실한 감정은 단 한 번만 오는 거요. 몇 번을 다시 살더라도, 다시는 오지 않을 거요”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로버트의 말에 프란체스카는 어마어마한 사랑을 느꼈을 것이다. 사랑하게 되면 눈이 멀고 그 사람만 보이게 되어있다. 이 우주에 정말로 나와 딱 맞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그런 사람을 만나서 사랑을 하기 바란다. 나이가 들었다고 사랑을 못 할 것이라는 착각은 하지 말았으면 한다. 사랑은 언제 또 올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사랑할 수 없는 처지에 있다. 당연히 해서는 안 되는 사랑은 하면 안 된다. 우연한 사랑의 시간이 올지도 모른다. 일부러 만들려고 해도 오지 않는다. 누구에게나 오는 사랑은 아닌 것 같다. 그런 사람을 만났을 때 기꺼이 사랑을 할 수 있을 거라 자신하지 못한다. 사랑 이야기는 옳고 그름을 떠나서 이야기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나이가 들어서 홀로 되었을 때나 자유로울 때 사랑이 왔으면 좋겠다. 왜냐하면 뭐라 할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말해서도 안 되고 비밀로 간직해야 할 사랑이라면 모두의 행복을 위해서 말하지 않는 것이 좋다. 사랑만을 위해서 살아갈 수는 없기 때문이다. 가족을 버리고 프란체스카가 로버트를 따라갔다면 그들만의 행복한 시간이 있었겠지만, 남겨진 프란체스카의 가족들은 마을 사람들의 수군거림과 버림받았다는 고통을 안고 살아야 한다. 그런 이유로 프란체스카는 로버트를 따라가지 않았고 한 번 더 시내에서 만났을 때도 따라가지 않았다. 그녀의 선택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리고 더 박수를 보내야 할 사람은 그녀의 남편이다. 알고도 모른 척 평생을 살아준 남편에게도 박수를 보낸다. 프란체스카의 사랑을 이해해 준 자식들에게도 박수를 보낸다. 담배를 피우지 않지만, 같이 카멜 담배를 피워준 프란체스카의 멋진 성격이 나는 좋다. 로버트를 맞이하기 위한 드레스도 맘에 든다. 밥을 차려주고 촬영 보조를 해주는 프란체스카가 좋다. 자신의 몸매를 거울로 확인하는 프란체스카의 떨리는 심정이 좋다. 내가 로버트라도 프란체스카를 좋아했을 것이다. 나도 학창 시절에 사진부 활동을 했다. 전시를 위해서 촬영했고, 전시를 열었다. 사진전을 구경하러 온 여고생들이 사진이 좋으면 사진 밑에 꽃을 꽂아 놓는다. 메모를 남기고 간 여고생들도 있었다. ‘어디 여고 누구누구 주말에 분식점에서 미팅해요’ 이런 식의 메모들이었다. 그렇게 미팅도 했었다. 나이트에서 친구들과 술을 먹고 자리를 합석해서 즉석만남을 하기도 했었다. 사랑을 찾아서 헤매고 다녔지만 만나지 못했다. 인연은 따로 있고 사랑하게 될 사람은 만나게 되어있다. 소설 속의 사랑 이야기지만 실제로 이런 사랑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우연히 사랑을 만나는 일은 비일비재할 것이다. 눈물로 이별해야만 하는 사랑도 있을 것이다. 눈에 들어오는 사람이 있다면 미혼들은 당장에 가서 사랑을 고백하기 바란다. 웬만하면 임자가 있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사랑할 때의 설렘과 행복은 생각만 해도 좋다. 사랑은 유효기간이 있다. 사랑해서 결혼한다. 그리고 사랑을 잊고 살아간다. 그리고 외로움을 느낀다. 대부분의 사람이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도 또 다른 사랑을 꿈꾼다. 꿈으로 만족하기 바란다. 마음 가는 대로 사랑하고 싶지만 그렇게 할 수는 없다. 옛사랑으로 간직하고 새로운 사랑은 나중에 자유로울 때 하면 된다. 감정이 들어올 때가 있으면 차단하기 바란다. 음악에 맞춰서 서로의 체온을 처음으로 느꼈을 프란체스카와 로버트의 춤은 그 자체로 사랑이었다. 울부짖는 프란체스카의 눈물과 로버트의 눈물은 이렇게 강물이 되어 흐르고 있다. 흘러가는 강물처럼 사랑도 흘러간다. 오랜만에 빛바랜 흑백 사진의 추억을 상기시켜 준 고마운 책이다. 사랑 이야기는 언제 읽어도 이렇게 사람의 마음을 설레게 만든다. 다시 오지 않을 확실한 사랑을 만나서 아름답고 찐 사랑을 하기를 바란다. 사랑하기 좋은 계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