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에세이
중고 책에 나오는 냄새는 곰팡냄새라고 하지만, 책 냄새는 뭔가 다른 냄새다.
잉크 냄새와 종이 냄새와 누군가의 냄새가 배어있다.
책을 정리하다 보면 독자의 메모를 종종 보곤 한다.
누구한테 어느 날 선물을 받았다든지 대충 그 사림의 직업까지도 알 수 있는 것도 있다.
책갈피에 돈이라도 나오면 그날은 횡재다.
누군가의 비상금이었을 그 돈은 이제야 빛을 본다.
발견 즉시 미련 없이 쓴다.
아이스크림을 사 먹든 막걸리를 사든 돈으로서 제구실을 충분히 하길 바라며 돌려줄 수 없음에 미안하지만 원래 주인은 복 받을 것으로 생각하며 쓴다.
인천 배다리에 가면 헌책방이 많았다.
지금도 명맥은 유지하고 있지만 찾는 이는 점점 사라져서 추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가는 곳이 되었다.
참고서랑 전문 서적 등 헌책방은 8090이 호황이었다.
책방도 많아서 골라갔었고, 대형서점도 많았지만, 헌책방은 다락방처럼 포근하고 사람 냄새 책 냄새가 나는 곳이었다.
책을 사기도 하지만 쓰던 책을 팔러 가기도 했다.
책 팔아서 술도 먹었다.
지금도 책을 팔면 술을 사 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