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영,황시운,윤이형,김이환,이은선,노희준,서유미 작가의 글을 읽고
음식에 어울리는 모든 것들.
책이 흡사 음악 앨범을 듣는 것처럼 제각각 달라서 좋다.
가장 좋은 곡을 선별해서 앨범을 만들었다.
이 책에 들어있는 모든 작품이 히트곡이다.
요리하는 것을 평소에 좋아한다.
뚝딱 만들었어도 맛있는 경우가 많았다.
요리에 소질이 있는 줄 착각한 나머지 한식 조리사를 도전했었다.
3번의 실기 낙방을 하고 그만두었다.
아주 멋진 코스요리 한 상을 마주한 것 같다.
책의 기획 의도는 본식에 들어가기 전 애피타이저처럼 뇌를 움직이게 한다.
첫 번째는 최은영 작가의 ‘선택’이다.
KTX 해고 승무원의 승리와 복직을 염원하는 마음으로 이 소설을 썼다고 작가는 말했다.
천주교 집안 자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두 자매는 고등학교 1학년에 들어가던 봄에 예비자 교리를 등록한다.
성경을 읽고 교리를 배운다.
수녀는 동생이 되고 언니는 승무원이 된다.
동생은 처음 성소자 피정에 가서 우연히 같은 테이블에 앉게 된 종신 수녀를 알게 된다.
종신 수녀의 따뜻한 말이 마음에 와닿는다.
“발에 잘 맞는 신발을 신고 걸어야 돼요. 발이 아프면 안 되니까.....”
수녀의 따뜻한 말이 수녀가 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그렇게 하느님을 믿고 위안받게 된다.
언니는 서울역에서 전단을 돌리고 투쟁과 농성에 참여한다.
그런 사실을, 언니의 편지로 동생은 알게 된다.
결국에는 파업이 시작된 지 2년이 지나 투쟁을 포기한다.
언니는 그 후에 결혼한다.
동생은 둘째 출산을 한 언니를 위해 밥을 짓고 미역국을 끓인다.
두 번째는 황시운 작가의 ‘매듭’이다.
먼저 작가의 말 중에서 한 부분을 옮긴다.
“이야기를 쓰는 동안 잊고 지내온 이들이 하나둘 되살아났다. 긴 병원 생활 중에 만난 그들과는 퇴원 이후 대부분 소식이 끊겼다. 그들은 지금 어디에서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그들도 나처럼 펄펄 끓는 세상 속에서 필사적으로 꿈틀대고 있을까. 그새 너무 지쳐버린 것은 아닐까.”
환자가 있고 환자를 간병하는 보호자가 있다.
병마와 싸우는 많은 환자가 있다.
병원에 가기가 두렵고 싫은 곳이 병원이다.
부부의 이야기이다.
부부에겐 아이가 없다.
아내는 연포탕 집에서 일을 한다.
손님들에게 낙지를 먹기 좋게 잘라준다.
식당은 중국산 낙지를 취급하면서 손님이 부쩍 늘어난다.
그러나 식당 사장은 월급을 올려주지 않는다.
취객들한테 무시와 희롱을 당한다.
남편은 빙벽등반 추락사고로 사지가 마비되었다.
잘못 묶은 매듭의 결과였다.
그럼에도 남편은 병실에서 틈만 나면 수저질도 못 하는 손으로 로프 매듭을 지으려고 한다.
남편의 성격은 불같이 화를 내는 성격이었으나 사고 이후로 성격이 변했다.
간병하는 아내에게 화를 내지 않는다.
남편은 혼자서 매듭짓는 일에 골몰한다.
사고가 난 지 2년이 되어가는 어느 날 헤어지자고 남편은 말한다.
둘은 4년을 연애하고 결혼했고 석 달이 안 돼서 사고가 났다.
대소변 문제에 남편은 지나치게 민감했다.
결국은 시어머니와 같이 수발을 들게 된다.
친정어머니는 빨리 이혼하라고 하지만 남편을 이렇게 남겨둘 수는 없었다.
삶은 힘들었고 경제 사정은 여의치 않았다.
시간이 갈수록 힘에 부쳤다.
아내는 다른 남자와 바람이 난다.
남편의 상태는 더 악화했고, 이제는 꼬집어도 감각을 못 느끼게 되었다.
아내는 로프를 던져주고 통곡한다.
세 번째는 윤이형 작가의 ‘승혜와 미오’이다.
승혜는 이호를 먹이기 위해 밀푀유를 요리한다.
밀푀유가 천 개의 잎이라는 뜻을 처음 알았다.
먹어본 기억이 있다.
배춧잎이 사이사이에 고기가 들어가 있고 채소가 듬뿍 들어간 전골로 기억한다.
보글보글 끓여 가면서 먹는 음식이다.
샤부샤부랑 비슷하지만 다르다.
샤부샤부는 육수에 재료를 넣고 하나하나 익혀 먹는 음식이고 밀푀유는 꽃처럼 예쁘게 재료가 냄비 안에 가득 들어가 있다.
승혜는 아이를 픽업하고 간식을 챙기는 베이비시터다.
워킹맘이자 싱글맘인 이호 엄마의 가사를 돕는다.
승혜와 미오는 사랑하는 사이다.
미오는 채식주의자이고 대학교 조교로 일한다.
승혜는 아이를 좋아해서 보육교사가 꿈이다.
승혜는 미오의 전 여자 친구의 문자를 본다.
미오는 그 문자를 지운다.
승혜는 자신과는 다른 미오의 전 여자 친구의 문자가 지워져 있는 것을 알게 된다.
어느 날 미오는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이호에게 승혜의 여자 친구이고 사랑하는 사이라 같이 산다고 말한다.
둘은 그 일로 인해서 심하게 다툰다.
녹초가 되어서 돌아온 이호 엄마는 밀푀유나베를 맛있게 먹는다.
이호는 엄마에게 승혜 누나는 여자인데 왜 여자 친구랑 같이 사냐고 물어본다.
엄마는 이호에게 세상에는 여자 친구랑 사랑해서 같이 사는 누나도 있는 것이고,
엄마도 모르는 건 그냥 모른다고 하면 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옆에 있는 승혜에게 이호 엄마는 모른다고 말해서 미안하다고 말한다.
승혜는 이호 엄마와 음식을 먹으면서 미오를 생각하며 눈물을 삼킨다.
작가의 말이 참으로 와닿는다.
"잘하지는 못하지만 나는 요리하는 일을 꽤 좋아한다.
소설은, 길고 멀고 구불구불한 길을 빙 돌아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 누군가의 마음에 가닿는 편지를 닮았다. 전해질지 전해지지 않을지 도무지 알 수 없다는 점이 쓸쓸하면서도 마음에 든다.
반면 요리는, 아주 빠른 시간 내에 즉각적으로 누군가를 행복하게 해주는 행위이며,
그 행복이 ‘전달’되는 과정을 직접 두 눈과 귀와 코로 확인할 수 있다.
너무나 알기 쉽고 단순하며 투명해서 좋다."
정성을 들여 만든 요리는 사람을 기쁘게 한다.
따뜻한 국물이 눈물을 흘리게도 만든다.
갑자기 엄마가 담근 김치가 먹고 싶어진다.
음식은 사랑이고 사람을 생각나게 한다.
네 번째는 이은선 작가의 ’ 커피 다비드‘이다.
매일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먹어야 하루가 시작이다.
담배처럼 이제는 마시지 않으면 일이 안 된다.
추워도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마신다.
커피 한 잔이 몸을 예열한다.
커피가 없으면 담배처럼 허전하다.
나도 커피를 사랑한다.
커피의 진심인 작가의 말을 들어보자.
"한 잔의 커피가 주는 위로와 평안을 알고 있습니다. 잘 볶은 원두를 그라인딩 할 때의 향을 사랑합니다. 생두를 볶기 시작한 지 8년쯤, 소설가가 된 지도 8년이 되었습니다. 좋은 사람에게 마음을 내듯이 콩을 나누어 먹었습니다."
작품에는 커피의 종류가 많이 나온다.
내가 마셔보지 않은 커피가 많다.
케냐 AA 피베리는 꼭 한번 마셔봐야겠다.
커피 과육이 두 쪽이지만 통 생두라고 한다.
재스민향이 나고 ’ 커피의 진주‘라는 별칭이 있다고 한다.
꼭 한번 마셔봐야겠다.
커피도 음식 이상의 효과가 있다.
음식처럼 커피도 사람 앞에 있으면 온기가 느껴진다.
서로 대화를 나누기 위해서는 먹을거리가 있어야 어색하지 않다.
음식을 맛있게 먹고 꼭 마셔야 하는 음료가 되었다.
섬에 있는 카페는 오전 10시에 연다.
문은 밤 11시 40분에 닫는다.
남녀노소가 이 카페를 찾는다.
카페의 풍경은 다비드는 카페의 사장이다.
섬사람들의 사랑방 같은 곳이다.
커피의 종류만큼 카페를 들르는 사람들은 다양하다.
직업과 나이를 불문하고 이곳의 커피를 즐긴다.
다비드 사장은 섬사람들을 사랑한다.
늦게까지 불을 밝힌다.
섬사람들의 안식처가 되어준다.
커피를 파는 사장이자 우리들의 등대인 셈이다.
다섯 번째는 김이환 작가의 ’ 배웅‘이다.
미래의 어딘가에는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을 것이다.
기억을 컴퓨터로 전송하고 로봇이 화장한다.
로봇은 두되 정보를 전송하고 안락사와 신체를 소각한다.
처리시간은 40분이 소요된다.
마취제를 전송하면 사람은 60부터 1까지 거꾸로 센다.
재로 변한 유골은 흰색 플라스틱 통에 담긴다.
단 음식과 초콜릿을 좋아하는 작가의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예측 불가능한 인간의 삶에 대해 상상해 보길 좋아하고 그것이 단편의 중심 아이디어가 되었다고 작가는 말한다.
여섯 번째는 노희준 작가의 ’ 병맛 파스타‘이다.
파스타를 즐기고 와인을 즐긴다.
청춘남녀들의 사랑법이다.
자유로운 청춘들의 이성 관계를 볼 수 있다.
요즘은 속궁합부터 맞춰보고 사람을 알아간다.
자유분방해서 좋다.
소셜미디어를 통해서 만남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일상이 노출된다.
남자는 여자를 찾고 여자는 남자를 찾는다.
별장에서 술과 음식을 먹으면서 서로의 연애에 대한 일들을 풀어놓는다.
여자들은 다음날 올 예정이다.
남자들의 대화가 솔직하고 재밌다.
마음에 맞으면 스스럼없이 친해지고 사랑을 한다.
서로의 취향을 얘기한다.
미팅 때 부끄러워서 좋아한다는 말 한마디 못해서 빵만 먹었던 기억이 난다.
젊은이들의 자유로운 사랑을 지지한다.
작가는 알레르기가 너무 심해 바닷가에서 장기 투숙을 하며 글을 쓴 적이 있다고 한다.
그렇게 홀로 지내면서 요리 실력이 늘었다고 한다.
작가는 요리 콘서트를 하기도 했다고 작가의 말에서 털어놓았다.
마지막 작품은 서유미 작가의 ’ 에트르‘이다.
에트르는 프랑스어로 존재를 뜻한다.
백화점 식품 판매대에서 일하는 젊은이들의 이야기이다.
작가의 말을 우선 들어보자.
크리스마스와 한 해의 마지막 날에 케이크를 들고 집으로 돌아가는 마음에 관해 쓰고 싶었다.
보편과 일상으로 내려앉은 케이크 위에서 둥그렇게 빛을 밝히는 여러 개의 촛불에 대해, 입안에서 사라지는 한 조각의 달콤함에 대해 쓰고 싶었다고 한다.
언니와 동생은 월세방에서 산다.
감기로 반차를 낸 동생은 백화점 빵집에서 일을 하는 언니에게 문자를 보낸다.
문자의 내용은 보증금과 월세 둘 중의 하나를 올려달라는 메시지다.
보증금 1000에 월세는 10이다.
동생은 휴학하고 변호사 사무실에서 사무보조로 일한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이다.
자매는 날이 추워지면 전기장판에 의지해서 생활한다.
전기장판도 오래돼서 말린 북어처럼 뻣뻣하다.
언니가 일하는 백화점 매장에는 여러 가지 빵 종류가 나온다.
케이크와 과자를 포장한다.
매장에는 같이 일하는 찡이라는 동료가 있다.
찡그리는 버릇이 있어서 붙여진 별명이다.
겉으로는 딱딱해 보이지만 마음 착하고 부드러운 동료다.
케이크를 하나 사서 연말의 마지막 날에 찡과 함께 집을 보러 간다.
추운 날씨에 케이크는 거추장스럽기만 했다.
새로 보러 간 집은 찡이 사는 동네에 나온 이층 집이다.
동네는 지금 사는 곳과 너무나 똑같다.
그 집주인은 야근이라 오지도 않았다.
찡은 미안해서 어쩔 줄을 모른다.
허탕만 치고 돌아오는 길에 케이크를 떨어뜨린다.
살아가는 것이 힘에 버거울 때가 있다.
모든 게 내 맘처럼 잘될 때도 있지만 모든 상황이 안 좋게 겹칠 때도 많다.
추운 날 방을 보러 다니는 모습을 떠올리니 가슴이 아프다.
부모한테 의지하지 않고 꿋꿋하게 일을 하며 사는 청춘들의 자화상이자 현실이다.
총 7편의 소설을 통해서 많은 것을 느끼게 해 준 책이다.
글을 통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음식이 화두였지만 인생을 사는 우리들의 이야기이다.
수많은 음식을 먹어봤지만, 뭐니 뭐니 해도 집밥이 최고다.
밥심으로 우리는 살아간다.
풍성한 식탁을 마주한 느낌이 든다.
각양각색의 재료를 통해서 만찬이 되었다.
훌륭한 식사를 했다.
만족한 식사를 하게 되면 기분까지 좋아진다.
이렇게 정성 들여 만든 음식 하나하나를 천천히 음미하고 나니 즐거운 포만감이 들었다.
책에 나오는 커피와 케이크를 디저트로 먹고 싶다.
집에 가면 밀푀유나베나 연포탕을 해달라고 해야겠다.
집에 가는 길에 초콜릿을 하나 사서 들어가야겠다.
오랜만에 아껴둔 와인도 한잔해야겠다.
소화가 잘 되었다고 생각한다.
분명히 피가 되고 살이 되었을 것이다.
문학의 힘이고 효과이다.
잘 차려진 음식을 먹고 소화했다.
소화제가 필요가 없는 책이다.
즐겁게 책을 읽었고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요리를 해보면 사실 너무 즐겁다.
내가 먹기 위한 요리가 아니라 누군가 맛있게 먹을 사람을 생각하면 더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