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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상희 Sep 06. 2023

오늘도 저장만

발행은 어려워

오늘도 글을 쓰다가 저장만 했다. 


카톡 나와의 채팅방에는 그때그때 떠오르는 글감을 적어 두었었다. 며칠이 지나고 보면 내가 왜 적었는지 모를 문장과 낱말들이 나오기도 한다. 쓰다 쓰다 그냥 지우거나 저장한다.


산책을 하다가도 운전을 하다가도 지금 상황에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들이 글자로 머릿속을 뛰어다닌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걷고 싶을 때도 글자로 자꾸 상황을 정리하며 머릿속에서 글을 쓰고 있다. 아주 그냥 문장을 지우고 첨삭하고 그러다 집에 오면 무슨 생각을 했는지 생각도 안 난다. 머릿속으로만 뭔가를 하고 있다. 


 그러다 자리에 앉아 노트북을 켜면 갑자기 쓰기 싫어진다.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다. 억지로 써도 글이 안 풀린다. 이 글을 브런치에 쓰는 게 맞나 하는 쓸데없는 생각을 하는 거다. 그런 생각이 시작되면 망한 거다. 못 쓴다. <아버지의 해방일지>를 감명 깊게 읽고는 이걸 쓸까 말까. 기차에서 본 <후쿠시마 오염수, 10가지 괴담>이라는 대한민국정부에서 발행한 책자를 보고 친구들에게 사진을 찍어 보냈더니 -가난한 나라가 참아야지 어쩌겠니-하는 답장에 대한 이야길 쓸까 말까, 거실에 한 대 있는 에어컨으로 우리 집은 거실이 시원한데 모두 방에서 잠을 자느라 땀을 뻘뻘 흘린 이야기를 쓸까 말까. 고민만 하다가 


에잇, 쓰지 마.


낑낑 거리며 애쓴 시간이 아까워 서랍에 저장만 한다. 서랍이 빵빵하다. 서랍 속의 글들이 휴지통으로 갈지 다시 잘 다듬어져서 한편이 글이 될지 - 궁금하다.


오늘은 망

에휴, 아침부터 쓸쓸~~~ 하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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