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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상희 Sep 15. 2023

노예근성

나의 노예근성 점수는요-

일을 시작하자 비어있는 시간들이 겁이 나기 시작했다. 알바 사이트를 눈이 빠져라 살펴보아도 내가 할만한 일이 없다. 월요일은 서울에 가야 하고 평일중 되도록 오전에 일했으면 좋겠는데 내 맛대로 일자리를 구할 수는 없었다. 김치공장에서 오전에 일할사람 찾는다길래 전화했더니 월요일도 해야 한단다. 평일 3일만 일하고 시간도 조율가능하다는 식당에도 전화를 해보았으나 내 목소리를 듣더니 연락 준다면서 연락이 없다. 이런 된장.


<가짜 노동>에서는 현대인은 일이 바빠야지만 자신이 인생을 잘 살고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러셀은 그런 현대인들에게 일침을 했는데, 기계에 일을 뺏겼다 하지 말고 노동시간이 줄었다 생각하라고, 한 사람이 8시간 일하는 것이 아니라 두 사람이 4시간씩 일하는 해법이 있음에도 우리는 꼭 8시간 이상을 일하려 한다고 모두 노예근성 때문이라고 말했다.


노동을 신성시하고 나태함은 죄라며 온 힘을 다해 일하라는 종교의 영향이라는데 그런 고정관념에 나도 꽉 쩔어 있었는지 러셀의 이야기에 뒤통수가 얼얼하다. 그러면서도 다시 시간이 날 때마다 알바 사이트를 들여다보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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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이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일할곳을 찾는다더니 혹시 내가 배울 것이 뭐 없을까 마음이 콩닥콩닥 신이 난다. 나는 교차로 문화센터에서 <연필로 그리는 인물화>를 신청하고야 말았다. 매주 금요일 오전이다. 이제 알바는 글렀다. 


오늘 아침 첫 수업을 들으러 가서 못 그리는 그림을 그리느라 죽을 똥을 싸고 나오며-알바나 찾아볼걸-후회하는 나다.

나는 무엇의 노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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