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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상희 Sep 19. 2023

정신없는 하루

월요일은 원래 그래

기차를 타고 간다는 것은 약속을 꼭 지킬 수 있는 수단이라고만 생각했다. 원래도 '약속'이라던가 '시간'을 지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살았지만, 먼 곳에 있는 사람과의 약속도 KTX가 생긴 이래로 한 번도 어긋난 적이 없다. 그런 내가 지난여름 폭우와 폭염으로 기차가 지연되는 바람에 수업시간에 15분이나 늦는 사태를 겪었다. 넉넉한 시간으로 끊어 놓은 기차였다. 나는 기차가 30분은 지나야 서울역에 도착한다는 안내방송을 듣고서도 자리에 앉아 있지 못하고 무거운 가방을 멘 채로 굳건하게 닫힌 문 앞에 발을 동동 구르며 서 있었다. 




띵동 문자가 왔다. 월요일 넉넉한 시간으로 예약해 놓았던 기차를 탈 수 없게 되었으니 다른 기차표를 알아보라는 거였다. 걱정이 밀려왔지만 학교에 도착 후 20분 정도 한숨 돌릴 수 있는 시간으로 다시 예약을 했다. 

역에 나가보니 지연시간이 7분이라고 떠 있었다. 앱으로 다시 확인을 하니 10분 지연이란다. 여름날의 악몽이 떠오른 나는 다행히 영등포역이 아닌 서울역으로 예상보다 한 시간 일찍 도착하는 표를 확보할 수 있었다.




수업이 끝나고 기차역 편의점에 들어가 한참을 서 있었다. 무언가 먹고 싶다. 간식엔 관심도 없고 단것도 싫어하는 내가 편의점에 서 있는 일은 자주 있는 일이 아니다. 편의점에 들러 한참을 두리번 거리다 나오고, 다시 들어가 이것저것 집었다가 놓고, 다시 들어가 고민을 거듭한 끝에 고른 것.

단숨에 하나를 먹어 버렸다. 그제야 살 것 같다. 중학생과 두 타임의 수업이 힘들었던 것은


  / 기차 타러 갔다가 주차장이 만차여서 당황했다거나 / 내가 예약한 차 편이 애매해졌다거나 / 기차 안에서 방구쟁이 짝꿍을 만나서 혼미한 정신으로 수업에 들어갔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나는 프로이기때문에 수업은 늘 무사히 마치지만 집으로 가는 기차역에서 왜 이렇게 속이 허한지 모르겠다. 내가 아이스크림을 먹겠다고 하면 남편은 늘 좋아한다. 분명 두 입 정도는 뺏어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단것을 싫어한다는 나지만 월요일에는 이제, 월드콘 한 개쯤 거뜬하게 먹어 치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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