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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상희 Sep 14. 2023

아주 작은 가시 하나

가시에 손을 찔렸다. 

어쩌다 찔렸는데 박혀있는 가시를 빼 내고도 한참 동안 아팠다. 빼냈던 가시를 보니 완벽한 형태가 아니다. 맨 앞 뽀쪽한 그것이 없다. 나머지를 빼 내려했지만 보이지 않기도 했지만 큰 녀석을 빼냈으니 괜찮으리라 생각했다.

벌써 1,2주일 전이다.


그런데 잊을만하면 찔린 곳이 따끔따끔하고, 잊을만하고 쓰라리고 그랬다.

돋보기를 끼고 손을 살펴보아도 보이는 것은 없는데 계속 아팠다.

오른손 엄지와 검지가 이어진 곳이다 보니 펜을 잡거나 하면 쿡쿡 아파왔다.


있어봐야 눈에도 보이지 않는 아주아주 쪼-끄만 가시 조각일 뿐임에도 끊임없이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잊은 줄 알았던 어떤 기억이 

라일락 향기를 맡거나, 라디오에서 나오는 오래된 노래를 들으면 

스멀스멀 묻어나는 것처럼.


어제 아픈 손을 면밀히 들여다보다가 드디어 아주아주 작은 가시 한 조각을 발견했다. 투명했던 색이 까맣게 변해서 존재를 드러낸 것이다. 당장 바늘을 가지고 왔는데 오른손에 박힌 가시를 왼손으로 빼려니 보통 힘든 일이 아니었다. 살살 겉살을 파헤치고 속살에 박혀 있는 검은 가시를 드디어 빼냈다. 


이제 하나도 안 아프다.


아플 때마다 들여다보았어도 발견하지 못했었는데 어느 순간 까맣게 모습을 드러내는 가시를 보니 신기하다. 어떤 일이든 그냥 덮어두는 것은 안된다. 덮어두면 눈에 보이지 않으니 우선은 마음이 편할 수도 있지만 그것은 해결이 된 것이 아니다. 겉살과 속살을 헤집고 피가 나고 혹은 상처가 생겨도 용기를 내어 빼내야 한다. 


시간이 흐른다고

덮어둔 그 가시가 그냥 사라지는 법은 없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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