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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상희 Oct 24. 2023

대추 세알

찾았다.

중학교 수업을 마치고 나면 힘이 쪽 빠진다. 새로운 팀을 꾸려 2기 수업을 시작했는데 쫑알쫑알 쑤군쑤군쑤군 집중을 안하길래 7살 수업하듯이


박수세번 시작!


하니까 짝! 짝! 짝! 하며 나를 바라보았다. 귀여운 녀석들.


대전으로 가는 기차를 기다리면서 가방을 뒤적거려 대추 한 알을 꺼냈다. 친구의 친정집에서 수확한 대추를 샀는데 먹어보지도 않고 두었다가 서울 갈 때 챙겼다. 단단해서 여기저기 굴러다녀도 상하지 않고, 껍질을 까서 먹어야 하거나 잘라서 먹어야 하는 것도 아니라서 아침나절에 급히 세알을 챙겨 왔었다. 별 기대 안 하고 한입 깨물었다.


텁텁하게 말라있던 입안이 달콤하고 시원하고 촉촉한 과즙으로 갈증이 가셨다. 사과대추라고 했다. 아삭아삭 씹는 맛도 좋고 달달한 과즙으로 바닥까지 뚝 떨어졌던 기운이 쑥 올라오는 게 느껴졌다. 또 한 알 꺼냈다. 와작와작 씹어 어먹으니 피곤이 가시며 기분이 좋아졌다. 마지막 한 알은 기차가 도착하기 1분 전에 먹었다. 큼직한 대추 세알이 제법 든든했다. 


사실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때려 마시면 딱 좋겠는데 1시 이후에 커피를 마시면 거의 뜬 눈으로 밤을 새우기 때문에 편의점에 들어가 기웃기웃 무엇을 먹어야 기분이 좋아질지 고민을 했었다. 찐계란을 먹기도 했고, 아이스크림을 먹기도 했고, 사과를 싸 와서 먹기도 하고, 약과를 먹기도 했는데 당이 올라와도 뭔가 텁텁하고 갈증이 가시지 않았었다. 사과대추가 답이었다니! 


맛있는 사과대추는 어떤 성분이 들어있나 조회해 보니 베타카로틴과 라이코펜, 폴리페놀, 비타민C 등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고 사포닌도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다고 한다. 그 밖에도 단백질과 지방, 칼슘등이 다양하게 함유되어 있단다. 혈액순환에도 좋아서 감기에도 좋고 신경안정시키고 불면증을 완화시키기도 한단다.


그러고 보니 언젠가 일에 치여 돌아다닐 때 이러다가 머리가 터져서 죽어버릴 것 같은 불안감에 시달릴 때 아는 선생님이 선물한 대추즙을 먹고 마음의 평화를 찾았었다. 그랬었다.


사과 대추 세 알에 또 행복해진 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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