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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상희 Oct 25. 2023

백수 둘

신났다

완전백수 한 사람과 반 백수 한 사람이 마라탕을 먹으러 갔다. 새로운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둘은 말로만 듣던 마라탕에 도전하기로 했다. 언젠가 훠궈에 도전했다가 으웩 하고 나서 남의 나라 음식에 조금 더 거리를 뒀었다


주위 사람들이 탕후루와 마라탕이 맛있다고 난리다. 안 먹어본 사람들이 없다. 탕후루야 안 먹어도 어떤 맛인지 충분히 짐작이 가는데 마라탕은 전혀 짐작이 되지 않았다. 그냥 짬뽕 비슷한 건가 싶었다.


처음이니 한 그릇을 둘이 나눠 먹기로 했다. 이것저것 탕 안에 넣고 싶은 것을 고른 뒤 무게를 재서 금액을 지불했다. 이것저것 막 집었다가는 한 그릇에 2만 원이 넘겠지만, 소문을 익히 들어서 신중하게 담았다. 둘이 충분히 먹을 것 같았지만 뭔가 아쉬워서 꿔바로우도 시켰다. 대학생들 여럿이 마라탕을 먹고 있었는데 다들 푸짐하게 한 그릇씩 차지하고 있었다. 그들의 소화력을 부러워하며 첫 마라탕을 맛있게 먹었다. 음.. 말하자면 마라탕은 골라먹는 짬뽕 같았고 꿔바로우는 엄청 달달한 탕수육 같았다.

마라탕을 먹고 야무지게 커피까지 샀는데 키오스크를 잘못 눌러서 어마어마한 것을 시켜 버렸다. 아령 같은 커피를 들고 동네를 산책하며 팔 운동을 했다. 둘 다 백수인 것도 처음이고, 마라탕도 처음이고, 이렁같은 커피를 들고 데이트를 하는 것도 처음이었다. 얼마나 다행인가, 서로 돈 못 번다고 비난하지 않고 이 시간을 즐기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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