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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상희 Oct 26. 2023

가을, 단풍

큰소리로 웃어요

남편과 덕유산 백련사에 들러 가을을 만끽하고 왔다. 무주에서 사는 동생을 만나러 간 건데 마침맞게 단풍이 절정이어서 가을을 흠뻑 마시고 왔다.



내가 덕유산 산길을 걸으며


우와! 나무냄새, 낙엽냄새 너무 좋아!


하자 남편이


의미 부여하지 말고 빨리 가


했다. 아들이 생각났다. 봄에 아들과 산을 걷는데 내가 '어머나, 저기 제비꽃 좀 봐!' 했더니 '그냥 빨리 가라고!'라고 화를 냈었다. 이 둘은 모두 무릎이 시원찮다. 내가 이해하기로 한다.


내가 갑자기 간 거라서 동생과 밥을 같이 먹진 못하고 우리 부부가 밥을 먹는 식당으로 동생이 찾아왔다. 서로 담소를 나누다 슬쩍 동생이 일어나서 계산대로 가길래 냅다 뛰어 식사 결제 행위를 제지했... 지역 상품권을 꺼내는 걸 보고 내가 져줬다.


오늘의 하이라이트!

동생이 회사에서 필요해서 토익을 공부하고 있다고 하자 남편이 말했다.


열심히 해서 100점 맞아.


형부, 토익은 990점이 만점인데요?


단풍 짙은 가을날 따뜻한 차를 앞에 두고 눈물이 찔끔 날만큼 셋은 큰소리로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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