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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상희 Nov 03. 2023

행복한 결말

안녕

힘든 매일이었다. 찬바람이 불자 친구들은 모두 떠나고 나 혼자 쓸쓸했다. 

지난여름은 뜨겁고 강렬했다. 매미가,

부러웠다. 뜨겁기 시작한 날 태어나 고래고래 자신의 존재를 알리다 끝내 제 모습 그대로의 영혼의 껍질을 남기고 떠난 매미가 몹시도 부러웠다.


나는,

슬펐다. 어쩌면 내가 훨씬 더 존재감 있는 존재였으나 선한 존재감이 아니었기에 우선 긴 다리를 숨겨야 했다.

세월은,

나를 나약하게 만들었다. 하나 둘 떠나는 친구들을 보며 나는 끝내 살고 싶었다. 그렇게 안식처를 찾아 찬바람이 부는 지금까지 살아남았다.


며칠을 굶었다. 나는 위험을 무릅쓰고 어두운 틈을 타 깊이 잠든 그녀의 허벅지에서 결국 피를 빨았다. 아득하고 아련하고, 힘겨웠던 지난날이 떠오를 정도로 황홀하고 나른한 배부름.


한밤을 달게 잤다. 그러다 내 뱃속 피의 주인이 뿜어 낸 아지랑이 같은 아득한,

국화항기를 맡으며 부드러운 포물선을 그리며 천천히_아주 천천히 긴긴 1초 동안 바닥으로 추락했다. Good-bye- 이승에 안녕을 고한다.

  

만족한다. 나의 결말에_




잘 가, 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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