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복 많은 사람
솔직히 이야기해 봐, 상희 씨 일복 많지!
언니들은 나를 보고 아우성이다. 내가 온 뒤로 일이 두 배를 넘어 세배까지 가고 있단다. 병원에 환자도 많아지고 보호자도 밥을 함께 신청하니 난리도 아니다. 12월이 되면 한가해진다더니 평상시의 3배까지 밥상이 늘었다. 쉬는 시간은 이미 다 날아갔고 겨우겨우 밥상을 밥시간 안에 병실까지 나르고 있다. 다행인 것은 그 어려운 것을 해낸다는 것이다.
겨우 한숨 돌릴 때 언니들은 나에게 일을 몰고 왔다고 했다. 나도 안다. 나는 일을 몰고 다니는 편이다. 어디 가나 늘 일이 많다. 그렇지만 이렇게까지 많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
걱정하지 마셔요. 제가 가면 일을 줄 거예요. 일 많은 제가 일을 몰고 와서 죄송합니다!
반장 언니가 말했다. "일복이라면 여기 있는 사람들이 다 일복이 있는 편이어. 잘 쉬고 꼭 다시 와. 꼭 다시 와야 해!" 일복 많은 사람들은 서로를 다독이며 커피를 급히 들이켜고 다시 밥상을 차리기 시작했다.
입사할 때부터 독일에 있는 동생네 가야 해서 한 달 반밖에 일을 못한다 했더니 갔다 오란다. 갔다 와서 다시 이어서 일을 하란다. 예상밖이었지만 한 번도 해 보지 않은 일을 꿋꿋이 해냈고 언니들은 나를 이뻐한다. 독일에 가기 전 한 달 반만 일 할 생각이었는데 나는 예정된 직장이 있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이제 나는 영양실 근무를 끝내고 내일이면 독일행 비행기를 탄다. 이제 여행자로서의 한 달이 시작된다. 여행이 끝나고 나면 다시 출근을 할지 모르겠지만 일단은 젊고 일 잘하는, 일복 많은 최여사의 영양실 근무는 이렇게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