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12월이 되면서 A조와 B조가 거의 반반 배정되었다. 겨울 새벽 A조 출근은 쉽지 않지만 오후 일찍 퇴근한다는 매력이 있다. A조인 날은 6시까지 출근이지만 나는 5시 40분까지 출근한다. 5시에 일어나도 얼추 출근시간을 맞출 수 있다.
집에 남편이 쉬고 있으므로 슬쩍 차를 태워달라고 말했다. 뜨악한 얼굴로 “일어나면”이라고 대답했다. 나는 더 말하지 않았다.
나는 쓸데없는 자존심이 몹시 쌔서 부탁 같은 건 되도록 하지 않는다. 혹은 몹시 용기를 내어 부탁했을 때 거절을 당하거나 달가워하지 않는 모습을 보면 두 번 다시 말하지 않는다.
아침이 되었지만 남편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래도 일말의 기대가 있었는데 코를 드릉드릉 골며 자고 있는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조용히 출근을 했다. 일을 시작하는데 점점 화가 났다. 나는 남편이 새벽 3시에 출근을 하든 6시에 출근을 하든, 출근을 하지 않든 30년 동안 아침밥을 차려줬다. 매일도 아니고, 가끔 새벽 출근하는 아내에게 그까짓 차량제공을 못해주다니 몹시 억울했다. 일하는 내내 화가 나다가 서운하다가 억울하다가 그랬다.
쉬는 시간에 언니들이 출근을 어떻게 했느냐고, 남편이 데려다줬느냐고 물었다. 나는 남편이 쿨쿨 자고 있어서 그냥 혼자 왔다고 하니 난리가 났다. 남편이 자고 있어도 깨워라, 구박해다, 본때를 보여줘라, 밥을 먹이지 말아라.. 등등의 충고가 오가다가 결론은 내가 잘못했다는 거다. 버릇을 잘못 들여서 남편이 아내 알기를 개똥으로 안다는 거다. 그러니 오늘부터 아무것도 해주지 말라는 특명을 받게 되었다. 언니들의 이야기를 가슴깊이 새기며 야심 차게 쉬는 시간을 마무리하려는데 직원 후식으로 나간 국화빵을 우리들도 한 사람당 2개씩 받게 되었다.
국화빵을 보자 남편이 떠올랐다. 남편은 국화빵이나 호떡등을 좋아한다. 국화빵을 먹지 않고 통에 잘 담고 있는 나를 보고 언니들이 뭐 하느냐고 물었다.
남편 갖다 주려고요.
어이구, 우리만 입 아프지. 니 신세를 니가 볶아라. 으이구.
하는 비난과 아우성 속에서 민망하게 웃었다. 그래도 남편에게 서운한 마음은 가시지 않아서 오늘 저녁은 부부싸움이 저녁 메뉴이다라고 생각하며 퇴근을 하려는데 남편에게 문자가 와 있다. 일이 끝나면 전화를 하라는 거였다. 무슨 일인가 했더니 1층에서 나를 모시러 왔다며 대기하고 있었다. 아침에 태워주려고 했는데 일어나니 5시 40분이었단다.
그래. 부부가 뭐 별 건가. 대충 이해하고 대충 못 본척하고 대충 섬겨주는 거지. 여기 국화빵 드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