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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하-라고?

이게 무슨 말이지?

by 배추흰나비

현재 나는 쓰리-잡을 하고 있다. 평일 오후에는 월급을 받는 일을 하게 되었고(어마무시한 경쟁률을 뚫고 ㅎ) 주말에는 복지원에 수업을(시 평생교육원 연결) 하고 있으며 평일 오전에 하루를 문화센터 수업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전에 원-잡일 때보다 수익은 무척 적지만 보람 있는 일이어서 즐겁게 하고 있다.


지난주 토요일 복지원에 수업을 하러 갔다. 아이들의 편의를 위해 토요일 오전에 수업을 했다가 오후가 좋다고 해서 오후로 수업을 옮겼다. 후원금을 받고 하는 수업이라고 했다. 중고등부 아이들에게 질 좋은 문학적 글쓰기 수업과 독서 수업을 제공하는 건데 나는 문학적 글쓰기 수업을 맡았다. 지난주가 3주 차인데 수업시간이 30분이 지나도 한 명도 오지 않았다. 등록 인원은 8명이다. 두 명은 담당 교사가 억지로 시킨 거고 6명은 지원자라고 했는데, 40분이 지나도 50분이 지나도 한 명도 오지 않았다. 한 명이라도 오라고 간절히 바라고 있을 때 1시간이 지나서 겨우 두 명이 왔다. 둘 다 끌려온 티가 역력하나 몹시 반가웠다. 그중 한 명이 지난 수업 때 생니가 빠져서 못 온다고 해서 무슨 얼토당토않는 거짓말인가 했는데, 정말 앞니 하나가 쏙 빠져 있었다.


마침 준비된 수업이 에세이 쓰기여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자세히 들어보기로 했다. 아이가 학교 체육시간에 같은 반 친구가 장난으로 서로 치고박는 연기를 하자고 했고, 그러자고 하자 그 친구가 진짜 얼굴을 정통으로 때려서 이가 쏙 빠졌다고 했다. 정말 기가 막힐 일이어서 나는 중간중간 그때의 상황이 어떠했는지, 주위에는 누가 있었으며 반응이 어떠했는지, 너의 기분은 어떠했는지, 그 일로 배운 점은 있는지 등등을 묻고 잘 모르는 것을 보태주며 에세이란 겪은 일 쓰기이며 형식이 주어진 것이 아니니 친구에게 말하듯이 그 일을 써보자고 제안했다. 같이 온 아이도 이사를 하게 되었는 데 새 옷장이 와서 너무 좋고 이제야 태어나서 처음으로 자신의 방을 갖게 되었다고 해서 그 기쁨을 써 보자고 했다.


둘은, 제목도 쓰지 않고 스케줄표를 짜듯 있었던 일을 대충 적었고, 그나마 이가 빠진 아이는 교내 폭력 이야기가 아니라 센터에 왜 늦게 되었는지에 대해 썼다. 쓰기 전까지 열변을 토한 것이 아깝기는 했지만 어쨌든 쓰고 있으니 다행이었다. 쓰고 있는 내용 중 하나를 꼽아 자세히 쓰면 어떨까 하고 말했더니 오전에 게임을 했는데 그걸 쓰겠단다. 써보라고 했다. 아주 자세히 잘도 썼다. 기운이 조금 빠졌다.


어찌어찌 글을 쓰고 나서 제목을 써 보라고 했다. 이사 가는 아이는 '이사'라고 썼고, 앞니 빠진 아이가 '오하'라고 썼다. 오하? 오하가 뭐니? 하고 물으니 '오늘 하루'를 줄였다고 했다. 기운이 쪽쪽 빠졌다. 정말 맘에 안 들지만 그냥 '오늘 하루'라고 쓰라고 했다. 정말 별 걸 다 줄인다.


중학교 1학년이다. '오하'라니, 나는 무슨 '펭하'같은 건 줄 알았다. 집에 와서 나는 한참을 누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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