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1월 중순

그림 있는 이야기

by 배추흰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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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던 일의 모든 계약이 종료된 상태인 나는 백수이다. 아들은 어제 대학원에 합격하여 입학을 앞두고 있고, 딸도 쉬고 있다. 남편은 아직 계약된 일이 시작되지 않아 말하자면 집에 가족 네명 중 백수가 넷이다.


딸은 서울에서 알아서 먹고 자고 있을 테지만 두 남자를 세끼 먹이는 것은, 밥 하는 것을 좋아하는 나지만 만만치는 않다. 정신없이 밥을 해 먹이다가 눈 깜짝한 사이에 어영부영 세월만 보내고 있을까봐 올 해 다짐한 여러가지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 다시 세부 계획을 세웠다.


9:00~12:00 공부

12:00~13:00 식사

13:00~15:00 운동


이 정도면 아주 구체적인 계획이다. 9시에 책상에 앉아 컴퓨터를 켜고 이리저리 웹서핑에 시간을 보내고 에잇, 그림이나 그리겠다 하고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수국을 그려보았다. 망했다. 이파리가 맘에 들지 않는다. 가위로 도화지를 오려 잎을 버렸다. 공부는 영 손에 잡히지 않는다. 12시에는 계획에 맞게 밥을 먹었다. 1시에는 집 밖으로 나가 동네를 어슬렁거렸다. 풋, 웃음이 나온다. 대충 계획에 맞게 살았다고 생각해 보련다. 아직 1월이 중간밖에 지나지 않았다. 세부 계획을 잘 실현하고 있으면 빨리빨리 세월이 갈테고 백수들이 모두 일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희망해본다. 아직 2026년 1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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