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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상희 Jan 02. 2023

면접 시작

왜 공부하세요?

일을 쉬어 본 적이 없는 나는, 일 년쯤은 꼭 쉬겠다고 작정했던 나는, 통장이 비어가자 슬슬 마음이 급해졌다. 30년을 일했는데 겨우 몇 개월 쉬었다고 통장에 잔고가 없다니.. 안타깝지만 자식 키우며 사는 인생은 어차피 한 달 벌어 한 달 사는 일이었다. 아이들이 다 커서 각자 자립가능하다고 생각해서 좀 쉬자 했는데 남편이 주는 생활비로는 어림없어서 더 마음이 급했다.


공고를 들여다보다가 내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 있어서 지원을 했고, 면접을 보게 되었다. 대기 중 주위를 둘러보니 나만 늙었다. 다들 젊어 보였다. 내가 면접관이라도 젊은 사람 뽑지 싶지만 내 번호를 호명하자 당당한 걸음으로 들어갔다. 이제껏 내내 내가 저들의 자리에 앉아서 면접을 봤었는데 기분이 묘했다. 한 명씩 면접장으로 들어가는데 세명의 담당자는 나에게 별로 관심이 없었다. 목소리만 들어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한 사람에 질문 하나. 의미 없는 질문 두 개. 그리고


이력서를 보니 올여름에 자격증을 따셨던데 왜 계속 공부하세요?


왜 계속 공부하냐고요? 예상 못한 질문이었다. 그 자격증의 쓸모와 왜 계속 공부하는지에 대해 입사와 엮어서 말해보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전혀 상관이 없는 자격증이었기에 대충 얼버무리고 면접장을 나오고 보니 면접 시간은 5분 정도... 다른 사람의 면접시간에 비해 턱없이 짧았다. 생각해보면 면접시간은 내가 꾸려가는 시간인데 질문을 받자마자 포기한 마음으로 대답을 해서일까. 기분이 엉망진창이었다. 자신들이 생각하기에 나이가 많았다면 1차 서류에서 탈락을 시키던가, 왜 면접에는 오라고 해서 이렇게 사람을 우습게 만들까 하다가 이까짓 면접에 기세가 꺾이면 내가 아니다 싶었다. 에라 원래 내가 임시직 뽑는다고 해서 이력서 낸 거지, 가고 싶은 곳도 아니었어하며 자기 위로를 하고는 잊었다.


한 달쯤 뒤 같은 곳에서 다시 공고가 올라왔다. 또 냈다. 이번에는 나를 뽑아라. 나 괜찮은 사람이다 하고. 1차 서류는 또 통과해서 면접을 보러 갔다. 음, 지난번보다 더 젊은 사람들이 가득하다. 면접을 보러 들어갔더니 똑같은 세명의 면접관. 한 명은 지난번과 똑같은 질문을 했고 다른 사람은 나를(내 이력서를) 알아봤다. 그러더니 한국어교육 자격증은 왜 땄는지 물었다. 이들은 내가 자격증을 왜 땄는지가 왜 이렇게 궁금할까. 그나마 그 자격증은 교수님이 권해서 땄고, 그것으로 출강도 했었기에 대답을 했다. 그러데 마지막 질문이


계속 공부하시는데 공부의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요?


앗. 또 예상치 못한 질문이다. 평생학습의 의미와 목적에 대해 그들에게 설명해야 하나. 평균수명이 길어져서 오래 일을 해야 하고 그러려면 자격증 등 공부를 해야 새로운 시대에 맞설 무기가 생기는 것 아닌가.. 생각은 이랬지만 그들이 원하는 답은 무엇일까. 또 떨어졌다.


집과는 제법 거리가 되지만 찬 바람 속을 찬찬히 걸으며 생각했다. 내 공부의 최종목표는 무엇일까. 가만히 생각해보면 나는 나라는 경쟁자를 옆에 두고 계속 마라톤을 하며 누가 이기나 보자 하는 마음으로 늘 '자기와의 싸움'을 했던 것 같다. 늘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향해 끊임없이 달리고 또 달렸다. 그러다가 엎어지고 다치고 아프고 그랬다. 나는 왜 남들과 싸우기도 힘든 세상에 나와 싸우고 있나. 집에 도착했을 때쯤 추위로 벌게진 얼굴로 결론을 내렸다.


내 공부의 최종 목적은
나와의 싸움을 멈추고
함께  행복해지는 방법 찾기이며
지금보다 업그레이드된 인간 되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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