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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상희 Mar 08. 2023

히야신스의 꿈

포기하지 말아요

작년 가을마당을 재정비하며 구근들이 꽃을 피우던 곳에 자갈돌과 판석을 깔고 구근들은 모두 캐서 이사를 시켰다.라고 생각했다. 문득 돌 아래 초록 싹이 보여 판석을 뒤집어 보고는 깜짝 놀랐다. 


판석을 들어냈을 때 히야신스는 크게 숨을 토해냈다. 이파리와 꽃들이 기지개를 켰다. 소담하게 피어 보기도 아까운 그 꽃을 삽으로 크게 떠서 자리를 옮겨 주었다. 햇볕을 받지 못해 노오랗던 잎은 이제 초록으로 물들 것이다.  


꿈을 품은 히야신스는 처음 싹을 피웠을 때 묵직하고 단단한 돌 밑에 깔렸다는 것을 알고도 꽃 피우기를 포기하지 않았다. 어둡고 차가운, 답답한 돌덩이 아래에서도 싹을 키우며 속으로만 꿈꾸던 꽃대까지 올렸다.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 핑크빛 도는 그 아름다운 꽃, 향기 가득한 꿀이 뚝뚝 흘러 꿀벌을 부르는 그 꽃을 피워냈으나 아무에게도 보여주지도 못하고 서로 안고 있었다. 


운이 좋았을까.

꿈을 펼칠 수 있는 세상에 나설 기회를 만난 이 녀석은 운이 도운 걸까.

꿈은 운이 아니다.


나는 고민했었다. 작은 싹 하나로 보였던 녀석을 그냥 무시할까 했었다.

녀석은 작은 초록 싹을 돌 옆으로 삐죽 내밀어 자기를 봐 달라고 모른 척하려는 나에게 계속 흔들고 있었던 것이다.


어제의 히야신스는 오늘 햇볕과 바람을 온몸으로 받을 자신을 위해 스스로를 돕고 있었던 거다.


혼자서 꿈을 키우고 끝내 꽃을 피워 낸 히야신스는 이제 바람과 햇볕 아래 직접 얼굴을 마주할 때가 되었다.

매서운 세상과 마주하고도 아름다운 꽃을 지켜내고 진한 향기로 이 봄을 빛내주길 바란다.


꿈꾸는, 꿈을 향해 꽃을 품은, 품을 꽃을 피울 준비를 계속하는 당신을 


누가 막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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