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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상희 Mar 11. 2023

빨래

뽀송뽀송 햇볕냄새

내가 어릴 때만 해도 빨래터에서 빨래를 하는 아이들이 많았다. 엄마는 빨래는 힘든 거라며 안 시켰는데 아이들이 모여서 빨래터에서 조막손으로 쪼물쪼물 주물러가며 빨래를 하는 것을 보면 어른 같았다. 나는 언제 빨래를 할 수 있을까 생각하며 냇가에서 빨래하는 친구 옆에 앉아 있고는 했다.


꿈을 이룬 건지,

엄마가 돌아가시고 나는 토요일만 되면 일주일 동안 동생들과 내가 입었었던 옷을 빨았다. 친구들이 토요일에 놀자고 하면 빨래해야 한다고 했다. 내가 중고등학교 다닐 때는 자유복을 입을 때여서 빨 것들이 많았다. 집에 세탁기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탈수기가 따로 붙어 있는 세탁기가 있었지만 그것은 새엄마의 것이었고 우리 옷은 내가 빨았다. 토요일 아침부터 물에 빨래를 담갔다가 비누를 싹싹 칠해서 비벼대면 새까맣던 양말 발바닥이 깨끗해지는 것이 참 좋았다. 빨래줄 가득 빨래를 널고 나면 슬픔에 푹 젖어 있던 나도 뽀송뽀송 해지는 것 같았다.


고등학생 때 누군가 미래의 꿈을 물으면 국어선생님이요,라고 대답했지만 일기장에는


나는 수국이 터지게 핀 마당 넓은 집에서 빨래를 탁탁 털어 널고 싶다.

빨랫줄 하얀 빨래에 햇볕냄새가 베어 들고

나를 닮은 아이들이 뛰어노는 그런 집에서 살고 싶다



고 썼다. 다른 여러 가지 소망이 섞인 바람이었겠지만 빨래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은 사실이다.

지금 우리 집 마당에는 수국이 필 준비를 하고 있지만 빨래는 건조기에 말린다. 갓 말린 뜨끈한 빨래를 반듯하게 개는 것도 좋은


주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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