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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상희 Mar 12. 2023

내 짝꿍

you



친구의 결혼식에서 처음 만난 지금의 남편과 첫 데이트를 할 때였다.

밑도 끝도 없이 툭


"00 씨 팔에 담배빵 있죠?"


빵쟁이다운 말이었다.

결혼식을 올린 내 친구는 늘 긴팔을 입고 다녔다. 더운 여름에는 레이스 긴 팔 옷을 입었는데 그것도 귀찮으면 왼팔에 손수건을 감고 다니거나 레이스로 만든 팔토시를 하고 다녔다. 처음에 그런 친구의 팔이 나도 궁금했었다. 궁금할 수는 있지만 '담배빵'이라고 단정 짓다니, 유감이다.


신랑 친구 무리들은 신부의 한쪽 팔이 무척 궁금했었나 보다. 이러쿵저러쿵 떠들어댄 것 같은데 어떻게 결론이 담배빵이었을까. 그 무리들의 수준이 의심이 되었고 더불어 그런 어투를 쓰는 이 남자, 안 되겠다 싶었다. 팔을 감추는 것은 흉터일 것이고, 그 흉터를 보이지 않게 감추는 것이 아무래도 담배빵일 것이다라고 단정 짓는 사람들이라니. 설마 담배빵을 스스로 놓던 사람들일까.


가끔 무서운 언니, 오빠들이 자신을 과시하기 위해 담배를 피우다가 자신의 팔이나 혓바닥에 담뱃불을 비벼 끄거나 살을 지진다더라 하는 말만 들어봤지 이렇게 공공연하게 '담배빵이죠'라고 하는 말을 내뱉는 이 사람.. 이거 이거..


친구는 내 고등학교 2학년 때 짝꿍이었다. 그때는 대부분 손수건으로 팔을 감싸고 다녔는데 내가 쉬는 시간에 화장실에 가서 다시 묶어 주고는 했다. 그 흉터를 보는 것은 짝꿍에게만 허락되었다. 심한 화상이었다. 어릴 때 끊던 물에 데었다고 했다. 나도 이제는 희미해진, 화상으로 생긴 종아리의 흉을 보여주며 너도 괜찮아질 거라고 했다. 친구는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나아지지도, 희미해 지지도 않는다며 나중에 돈만 벌면 수술을 할 거라고 다짐을 하곤 했다.


친구는 돈을 벌자마자 성형외과에 갔다. 우리는 환상이 있었나 보다. 수술을 하면 감쪽같이 깨끗해질 줄 알았는데 의사가 그렇지 않다고 했단다. 팔을 움직이는데 당기는 느낌이 덜해지고 아주 살짝 나아 보일 수는 있지만 깨끗해지지는 않는다고 했단다. 친구는 수술을 포기했다.



벌써 친구가 하늘로 이사를 간지 얼추 십 년이다. 그곳에서는 깨끗하고 고운 팔을 하고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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