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는 경사가 있는 터라 마당에 묻은 개똥 냄새는 슬금슬금 아랫집인 우리 집으로 넘어온다.
아저씨가 구덩이를 파 놓고 개똥을 모으고 있길래 비가 오면 냄새가 많이 나니 쓰레기 봉지에 넣어서 버리시면 좋겠다 부탁해도 들은 척도 않는다. 여름인데도 냄새 때문에 문을 열 수가 없다고 말해도 냄새 안 나게 잘 묻겠다고 한다.
그렇다고 해도 꼭 밤 9시에 무엇을 태워야 하나... 하루 일과를 마치고 딱 소파에 편안히 누워 티브이를 시청하는 시간이다. 며칠을 참다가 밖으로 나갔다. 그런데 이상하다. 밖에서는 아무 냄새도 나지 않는다.
다시 들어오니 냄새가 안 난다.
하루가 지나고 다시 밤이 되자 무언가 타는 냄새가 다시 난다. 이건 뭐지? 앉으면 덜나고 누우면 더 난다.
집안 구석구석을 청소하고는 이제 안 나겠지 싶은데 또 타는 냄새가 난다.
겁에 질린 나는 이비인후과에 가서
코가 고장이 났어요-했다.
축농증이 있으면 타는 냄새 같은 것이 날 수도 있단다. 약을 먹고 나니 코끝에 달라붙어 있던 타는 내가 사라졌다.
당황스럽다. 의심했던 윗집아저씨 죄송. 그래도 개똥은 좀 그래요.
피검사를 했는데 비타민 D가 거의 제로라고 했다. 한 달에 한 번씩 병원에 가서 비타민 D주사를 맞았다. 그냥 수치가 낮아서 맞는 거다 생각했는데 놀라운 변화를 겪었다. 나는 원래 우울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살았었는데 그 마음이 슬금슬금 사라진 거다. 마음이 점점 뽀송뽀송 해지는 것을 느끼는 것은 행복한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