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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상희 Mar 14. 2023

과학의 힘

그 신기한 세계

며칠 전부터 같은 시간에 타는 냄새가 심하게 났다.

윗집 아저씨가 분명하다.

개똥도 쓰레기 봉지에 버리는 것이 아니라 마당을 파고 묻는 냥반이다.

우리 동네는 경사가 있는 터라 마당에 묻은 개똥 냄새는 슬금슬금 아랫집인 우리 집으로 넘어온다.

아저씨가 구덩이를 파 놓고 개똥을 모으고 있길래 비가 오면 냄새가 많이 나니 쓰레기 봉지에 넣어서 버리시면 좋겠다 부탁해도 들은 척도 않는다. 여름인데도 냄새 때문에 문을 열 수가 없다고 말해도 냄새 안 나게 잘 묻겠다고 한다.


그렇다고 해도 꼭 밤 9시에 무엇을 태워야 하나... 하루 일과를 마치고 딱 소파에 편안히 누워 티브이를 시청하는 시간이다. 며칠을 참다가 밖으로 나갔다. 그런데 이상하다. 밖에서는 아무 냄새도 나지 않는다.

다시 들어오니 냄새가 안 난다.


하루가 지나고 다시 밤이 되자 무언가 타는 냄새가 다시 난다. 이건 뭐지? 앉으면 덜나고 누우면 더 난다.

집안 구석구석을 청소하고는 이제 안 나겠지 싶은데 또 타는 냄새가 난다.

겁에 질린 나는 이비인후과에 가서

코가 고장이 났어요-했다.


축농증이 있으면 타는 냄새 같은 것이 날 수도 있단다. 약을 먹고 나니 코끝에 달라붙어 있던 타는 내가 사라졌다.

당황스럽다. 의심했던 윗집아저씨 죄송. 그래도 개똥은 좀 그래요.




피검사를 했는데 비타민 D가 거의 제로라고 했다. 한 달에 한 번씩 병원에 가서 비타민 D주사를 맞았다. 그냥 수치가 낮아서 맞는 거다 생각했는데 놀라운 변화를 겪었다. 나는 원래 우울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살았었는데 그 마음이 슬금슬금 사라진 거다. 마음이 점점 뽀송뽀송 해지는 것을 느끼는 것은 행복한 일이었다.


가슴이 뻥 뚫리고 허무하고 슬픈 마음을 비타민 D가 해결해 주더니

코끝에서 타는 냄새가 괴롭히는 것은 항생제가 해결해 줬다.


과학의 힘이란-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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