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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상희 Mar 16. 2023

양꼬치 공격

임아 그 입을 벌리지 마오

산에 갔다 와서 점심때부터 시작된 술자리가 저녁까지 이어졌다. 원래 우리 술 멤버는 다섯. 빵집부부(우리), 비디오가게 부부, 추어탕집 언니다. 세월이 흘러 이사를 가고 장사를 접고 새로운 일터로  흩어지면서 비디오만 빠지고 우리 셋은 함께 가끔 어울렸다. 가끔 어울리다 보니 만날 때마다 회포를 푸느라 술자리가 늘어진다.


거나하게 취한 우리 남편이 추어탕집 언니 남편에게 전화를 했다. 원래부터 계속 직장생활을 하던 분이라 우리와 어울리는 시간이 무척 적었지만 이제야 조금씩 친해지고 있는 중이었다. 점잖으신 분이시라 어떨까 했는데 왔다.


우리는 이미 삼차로 양꼬치 집에 와 있었다. 나는 술을 마시지 않아서 둘의 한없는 이야기에 지쳐있을 때였다.  언니가 양꼬치를 우리 남편에게 내밀었다. 남편은 입을 쩍 벌리고 받아먹었다. 너무나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일이었다. 같이 술을 마신 지가 이십여 년이나 되었고 내성적인 나와 언니의 남편은 조용히 있는 반면 언니와 우리 남편은 왁자하게 신나게 마시는 편이다. 주거니 받거니 양꼬치도 주고받고 난리다. 나는 그런가 보다 하고 있는데 아저씨 얼굴색이 변했다. 맞은편에 앉아 있던 내가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아저씨의 얼굴을 보자니 내가 얼굴이 화끈거렸다. 


아저씨는 언니를 데리고 가버리고 나와 남편도 집으로 갔다. 불안했다. 뭔가 큰일이 터졌을 것 같다. 술을 핑계로 코를 드릉드릉 골며 잠을 자는 남편을 바라보자니 등짝을 한 대 딱 때리고 싶었다. 그걸 왜 받아먹냐고! 내가 아무리 편하게 대한다 해도 마누라가 옆에 있는데 남의 여자가 먹여주는 양꼬치를 입을 짝짝 벌리며 그걸 왜 받아먹냐고! 


다음날 언니가 전화를 했다. 아저씨가 바람난 여자 취급을 하는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묻는다. 그럴 줄 알았다. 그렇게 오해할 줄 알았다. 우리와의 술자리는 이십 년이 넘었지만 아저씨는 합류한 지 이제 겨우 몇 년 동안 몇 번이다. 

IMF에 높은 이자를 감당하며 같은 곳에서 장사를 했고, 같은 나이대의 아이들을 키우고, 다시 흩어져 다른 직업을 찾아 살아가며 쌓아온 우리들의 끈끈한 우정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들의 스스럼없는 모습이 얼마나 이상했을까.


남의 남편에게 양꼬치를 먹여주는 여자. 그걸 받아먹는 남의 남자. 그 모습을 아무렇지도 않게 바라보는 남자의 아내. 나 같아도 폭발했을 것 같다. 


이해의 기준이 세상의 평균일 수 없다. 모든 이해는 나의 기준이다. 누구에게는 깻잎 한장도 허용할 수 없는 거다. 나는 이 상황이 이해가 됐고 아저씨는 이해할 수 없었다. 


생각지도 못한 상황 전계에 내 눈치를 슬슬 보는 남편에게 기어이 등짝 스매싱을 한대 날리고 말았다.

아저씨 왜 오라고 했어! 그리고 그걸 왜 받아먹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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