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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상희 Mar 28. 2023

집중이 안 될 때

만들기의 효과

슬플 땐 화장을 한다고?

그럼 집중이 안 될 때는 무엇을 할까?

나는 무언가를 만든다. 도넛을 튀기고 탕수육을 튀기고 약과를 굽는다. 느닷없이 물김치나 총각김치를 담는다. 마당을 손질하고 나무를 손질한다. 집중력이 올라온다. 집중이 안되면 책 읽기도 글쓰기도 엉망이 되어 버린다. 그래서 나는 집중이 필요할 때 종이비행기를 접고 학을 접는다. 인형을 만들고 구멍 난 카펫을 하트모양으로 꿰맨다. 그냥 집안일을 한다-라고 하면 서운하다. 나는 집중력을 끌어올리는 중이다.


이번에는 뜨개질이닷!

정해 놓은 오늘의 공부를 마쳤을 때, 그놈의 공부가 지긋지긋할 때, 그리고 젠장할 집주인의 의도를 알게 되었을 때는 뜨개질이 최고다. 주말이나 평일 밤에 나에게 세를 준 집을 사용할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그 사람은.


계약은 파기하기로 했고 보증금은 돌려받기로 했다. 말이 그렇지 통장에 돈이 딱 들어와야 끝나는 거다. 

뜨개질은 시간을 아름답게 흐르게 한다. 솜씨가 있든 없든 만족감도 준다. 천천히 한코 한코 뜨면 된다. 그냥 성실하게 뜨다 보면 무언가가 만들어지는 거다. 대단한 것을 만들겠다는 생각은 솜씨가 쌓였을 때 하면 되는 거고. 


나의 실수로 한 코를 빼먹더라도 실을 풀면 된다. 그리고 다시 뜨는 거다. 이미 너무 많이 떠 버린 것이 아까워서 계속 뜨개질을 하다가는 모양이 흐트러진 결과물을 얻게 된다. 그것도 나쁘지 않겠지만 과감할 필요가 있다. 훌훌 풀어버리고 다시 뜨자. 그래도 괜찮다. 조금 늦어지면 어떠한가!

얼음을 넣은 커피잔을 받치는데 쓸 녀석들. 집중력이 필요할 때는 뜨개질이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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