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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상희 Apr 04. 2023

기후변화가 나에게 미치는 영향

의식이 흐르는 대로

동네가 꽃천지였다. 개나리와 벚꽃이, 매화와 산수유꽃과 진달래가 동시다발적으로 모두 피어나서 한동안 꽃구름 타고 다니는 것 같았다. 차례차례 자신의 시기에 맞춰 피던 꽃들이 경쟁하듯 한꺼번에 피어난 탓에 한꺼번에 지는 안타까움이 있었지만 꽃은 피면 지는 것. 


그러다 라일락이 피고 있는 것을 보았다. 이건 아니지! 4월 초에 라일락이라니! 벚꽃이 조금 빠르게 피어도 그런가 보다 했는데 라일락이 피려는 것을 보니 무언가 위기감이 느껴진다. 라일락은 '자, 이제부터 준비해. 슬슬 여름이 다가올 것이야. 아하하항.'이러면서 발걸음을 잡던 꽃이었는데. 빠르게 변화하는 지구의 생태계를 내가 따라기기 벅찰 것 같았다. 


5월이면 장미의 만개와 함께 내 몸에도 꽃이 피었다. 불구죽죽하고 오돌토돌한 반점들이 올라오는데 피곤하면 온몸에 번져 딱 두 달 고생하게 했다. 덜 피곤하면 온몸으로 번지지 않고 얼굴과 상반신으로 해서 딱 두 달 고생했다. 그런데 벌써 슬금슬금 붉은 반점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러다 사라지는 뾰루지것지 했는데 어제 아침 거울 속 얼굴이 엉망이다. 눈꺼풀 위에도 뽈록 올라와서 눈탱이가 바보 같았다. 5월이면 그런가 보다 하려고 했는데 아직 4월 지난 지 겨우 며칠인데 이게 무슨 일일까. 한 달이나 빨리 몸에 이상이 생긴 것이다. 


설명 없는 무뚝뚝하고 불친절한 피부과 의사를 만나고 우울하게 있다가 남편에게 말했다.


약 먹으면 졸릴 수 있대.


자! 자면 되지!


제가 이 대화에서 바란 것은 하나뿐이에요. 약이 독하구나. 피부과 약은 독하지. 힘들겠다. 그래도 어쩌겠어. 먹어야지.라는 위로를 바란 건데요. 남편도 안 됐네요. 이렇게 어마어마한 것을 바라는 아내를 두었으니까요. 급변하는 기후변화와 붉게 타오르는 지구도 남편을 변화시키지는 못하네요.




4월 14일 오후 1시에 정부세종청사 환경부 종합안내실 앞에서 '414 기후정의파업' 행진이 있다고 한다. 

기후정의를 향한 사회공공성 강화로 정의로운 전환을 추진하라! 는 것과 자본의 이윤축적을 위해 기후위기가속화하는 생태학살을 멈춰라! 는 것에 지향을 둔 행진이다. 우리의 참여로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제도와 정책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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