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냄새
지난밤부터 비가 촉촉하게 내린다. 꽃을 피우기는 했지만 점점 목말라가고 있던 들판에 단비가 내린다. 투덕투덕 지붕을 때리는 빗소리가 들리는 날 아침은 누룽지지.
누룽지를 끓이고 있는데 아들이 나와서 커피를 내린다. 어쩌다 마주할 시간이 된 우리는 오랜만이라는 인사를 발길질로 한다. 뭉근하게 끓이는 누룽지 냄새와 알커피 가는 냄새가 섞인다. 괜히 행복해진다.
생각해 보면 내내 울면서 살았던 3.40대였다. 일에 치여 정신이 없었다. 퇴근길도 꼭 집으로 출근하는 것 같았다. 잠도 잘 못 잤다. 두통을 달고 살았다. 씩씩한 척 사는 것이 무척 힘들었지만 어느새 아이들은 자라고 직장에서는 인정받았었다. 열심히 살아온 상으로 하느님이 나에게 다시 시간을 돌려 젊음을 주시겠다 제안하시면 노노. 절대 노노.
비 오는 아침, 다 같이 모여 누룽지를 먹고
커피를 마신다.
지금,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