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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상희 Apr 16. 2023

도시농부 등장

꽃은 먹는 거 아니야

요즘 시장에 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구경하는 재미도 있고 싱싱하고 좋은 물건들을 고르는 것도 재미있다. 주말에는 마당 한쪽에 자리 잡은 밭에 심을 여러 가지 씨앗과 모종을 사러 나갔다. 그러다가 너무나도 예쁜 핑크색 몽오리가 잔뜩 매달려있는 장미 화분을 발견했다. 고추모종을 사러 가서 꽃에게 마음을 빼앗긴 나는 나도 모르게 슬금슬금 꽃가게로 다가갔다. 주인아저씨는 장미가 삼만오천 원이지만 삼만 원만 달라며 꽃 가까운 자리로 나를 끌었다. 우리 집 흑장미 옆에 심으면 진짜 예쁠 것 같았다. 핑크색 장미 옆에 노란색 장미도 있었는데 그 모습도 그럴듯했다. 둘 중에 어떤 것을 살까 마음속으로 고민하고 있었다. 표를 안 냈다고 생각했는데 아저씨는 나에게 노란 장미도 정말 예쁘지 않으냐며 화분을 두 개 사라고 권했다. 집에 흑장미가 있고 나는 하나만 살 생각이라고 나름 똑 부러지게 말했으나 어느새 주섬주섬 핑크와 노란 장미 화분을 봉지에 담고 있었다. 아저씨는 삼만오천 원짜리를 삼만 원에, 두 개를 샀으니 벌써 만원을 벌고 간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장사수완이 여간 아니다. 식탁을 풍성하게 해 줄 모종과 씨앗을 사러 갔다가 먹지도 못하는 장미에 주머니를 탕진했다.


고추, 가지, 토마토, 상추, 치커리 모종에 쑥갓, 아욱, 들깨, 부추씨앗까지 사들고 신이 났다. 이제 다시 도시농부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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