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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상희 Apr 17. 2023

재고 없는 장사

그것이 최고

나는 재고 없는 장사가 최고인 것 같아.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나에게 남편이 말했다. 전에 빵집 할 때 장사가 아무리 잘 되어도 빵은 남기 마련이었고 노인정이나 보육원에 나눔을 했었다. 동네에서는 좋은 일 한다며 칭찬도 받았지만 먹는장사라는 것이 재고의 부담은 늘 안고 가야 할 몫이었다. 팔지 못해 버리는 양이 만만치 않았다. 내가 아까워하면 남편은 남는 빵을 파는 순간 맛없는 빵을 파는 가게가 되는 거라며 버리는 것을 아쉬워하지 말라고 했다. 빵집은 계절도 많이 타서 갑자기 추워진다거나 갑자기 더워지면 장사가 잘 되지 않았다.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오면 남편은 이번 성탄에는 몇 개의 케이크를 만들어야 할지에 대해 고민하느라 12월이 싫다고 할 정도였다. 케익이 남으면 모두 버려야했다.


맞아, 빵은 너무 재고가 많았지.


하고 내가 맞장구를 치자 남편이 말했다.


재고가 없는 장사가 최고인 것 같아. 너처럼.


공부하던 책을 내려놓고 남편을 바라봤다. 나처럼?


너는 머릿속에 든 지식을 팔잖아. 재고가 없으니 얼마나 좋으냐?


누군가를 가르치는 일을 오랫동안 해 온 나를 그렇게 생각하는 줄을 몰랐다. 틀린 말이 아니다. 늘 공부를 하네 글을 쓰네 하며 엔간히도 부시닥 거렸는데 내가 머릿속에서 상하지 않는 지식의 빵을 계속 만들고 있었구나.


재고는 없어. 업데이트가 필요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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