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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상희 May 01. 2023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주말도 없었다. 퇴근? 8시에 퇴근하면 감사했다. 주마감, 월마감 때면 12시를 넘길 때도 있었다. 집에 있어도 전화벨이 끊임없이 울리고 카톡이 넘쳐났다. 답을 구하는, 해결해야 하는 산더미 같은 일들이 늘 내 등에 걸쳐져 있었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일을 그만두었으니까. 그런데도 힘들다. 근 20년 동안 1, 2월에 교사들의 시간표를 짜고 3,4월에 그 시간표가 잘 돌아가는지 봐야 했다. 수업을 잘 진행하고 있는지 장학지도를 해야 했고 컴플레인을 해결해야 하고 힘들어하는 신입들의 교육과 위로와 비전을 제시해야 했다. 5월이 되면 이제 쪼끔 한숨 돌리는 때다. 


일을 그만두었어도 4월 말이 되니 숨이 차다. 어릴 때부터도 장미가 필 때가 되면 이유 없는 우울에 시달렸는데 하는 일 하고도 우울리듬, 기운 빠짐 리듬이 겹쳤다. 5월은 실적도 오르지 않는 때여서 늘 이마에 힘주고 다니는 달이었다. 




계속 분주했다. 그러면서 그냥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날들이었다. 그런다고 뭘 안 하는 것도 아니다 아하하하. 사람들도 만나고 아침마다 꽃에게 물도 주고 마당에 풀도 뽑았다. 그런데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계속 누워있고 싶다. 6월이 되면, 8월이 되면 꽉꽉 채워진 스케줄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일이 나를 기다린다는 것은 무척 기대되기도 하지만 미리부터 피곤하다. 미리 쉬어야겠다. 누워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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