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2013년 5월 8일
딸이 '짠~~'하고 어버이날 선물을 내밀었다. 직접 제작한 애니팡 패널이었다. 어버이날 선물은 수북이 붙여 놓은 동물모양 포스트잇 안에 있다며 기회는 단 한 번이라고 했다. 어버이날이 되면 아이들에게 쿠폰을 수북이 받던 때가 있었다. 설거지 1회, 신부름 2회 뭐 이런 걸 잔뜩 써서 선물하던 어린 내 새끼들이 어느새 커서 이제 뽑기를 만들어 왔구나.... 색종이 곱게 접어 주던 것보다 퀄리티는 많이 나아졌구나... 생각하며 우리 부부는 고민에 빠졌다.
무엇을 골라야 할지 한참을 생각하다가 드디어 나와 남편이 한 장씩 골랐다. 두구두구두구두구
나는 안마 5분, 남편은 안마 10분이었다!!
이 정도면 서로 잘했다 싶었는데 딸이 당황했다. 딱 이 두 개를 빼놓고는 '꽝'아니면 '딸에게 치킨 사주기', '딸에게 용돈주기'등등 어버이날과는 아무 상관없이, 어린이날에 선물을 받지 못한 고등학생의 생떼가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었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행운의 부부는 어버이날 선물에 몹시 만족했는데 안마를 받았는지 안 받았는지는 기억도 나지 않는다. 그냥 좋은 걸 뽑아서 몹시 기뻤다는 것에서 기억이 멈춘다.
애니팡 뽑기 선물이 벌써 10년 전 일이다. 사실 늘 그렇지만 어버이날 선물이고 뭐고 그냥 무탈하게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에게 감사하다.
얘들아~ 어버이날 선물 뭘로 할까 고민 중이었지? 됐어 뭔 선물이여~ 아녀아녀 암것두 필요 없어~~ 엄마가 친구들하고 여행도 준비 중이고 하기는 하는데, 아니 아니 안 아프고 건강한 게 엄마한테는 젤 큰 선물이여~ 정말 암것두 필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