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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상희 Jun 04. 2023

세상 가장 긴 10분

하늘 보기

나는 10분을 뭐라고 생각했던 걸까? 


까짓 10분 멍 때리는 거 그거 못하겠어. 별것 아니지.


아마도 이렇게 생각한 게 분명하다. 별것 아닌 그것도 하지 못하는 나를 타박하며.



하늘보기로 한 첫날. 하아아아안참 혼자만의 시간을 즐겼다고 생각했는데 겨우 2분. 다시 한참을 구름구경했는데 그래봐야 5분... 세상 가장 힘든 10분이었다. 내가 왜 10분을 하늘을 보겠노라 다짐을 했던가. 다짐을 했으니 하기는 해야겠는데 이건 나의 휴식을 위한 건지 약속을 지키기 위함인지 원. 


그래도 며칠 지났다고 오늘은 조금 괜찮았다. 맑게 빛나는 하늘을 눈을 가늘게 뜨고 보자니 하늘하늘 바람이 불어왔다. 늘 우리집 왼편에 있는 테라스에 의자를 펴고 우리 집 왼쪽 하늘을 바라봤다. 오늘은 테라스가 아닌 현관 앞 포도나무 아래서 늘 보던 왼쪽 하늘을 보고 있었다. 그런데 솨솨솨솨 바람에 나뭇잎을 헝크는 소리가 났다. 오른쪽 도서관산을 바라보니 바람이 키 큰 사탕단풍나무들을 살랑살랑 흔들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파란 하늘 아래로 이제 점점 짙어지는 나무들이 있고 그 아래로 뭉텅뭉텅 하얀 망초꽃과 노란 금계국이 지천이었다. 하늘을 보다가 바람을 보다가 꽃을 보고 있으니 나도 모르게 미소가 스멀스멀 올라왔다. 10분 알람이 울렸다.

10분. 노래 세 곡정도 부르는 시간, 학교 쉬는 시간, 약속에 늦어도 이해가능한 시간. 급히 밥 한끼 먹는 시간.


오늘의 10분은 바람을 본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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