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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상희 Jun 23. 2023

화장실에서

상가 화장실은 세 칸이다. 내가 화장실에 갔을 때 두 칸에는 사람이 들어 있었다. 비어있는 한 칸에 들어가 볼일을 보는데 무엇보다도 뱃속을 빵빵하게 부풀게 했던 가스가 시원하게 나왔다. 


너 방귀 뀌었냐?


맨 안쪽에 앉아 있던 나는 가운데 칸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화들짝 놀랐다. 중학생쯤 되는 듯한 목소리다. 


아닌데?


억울함이 한껏 묻어 있는 또 다른 목소리. 끝쪽에 있던 아이(어른은 아니었다)가 화장실에서 나와 자신이 그런 것이 아니라고 큰 소리로 말했다. 둘은 서로 니가 뀌었다 아니다 하며 소란을  떨었다. 


내가 예의 없이 엘리베이터에서 방귀를 뀐 것도 아니고, 경건한 미사 중에 뀐 것도 아니고, 뒤에서 사람이 오는 줄도 모르고 길거리에서 뿡뿡뿡하며 걸은 것도 아니고 화장실에서 가스를 살포했기로소니 무슨 문제인가.


나다. 내가 그랬다.


내가 그 둘의 실랑이에 한 소리 보태자 주위가 고요해진다. 둘은 솨솨솨 손을 씻더니 바람같이 사라졌다. 나다! 화장실에서 방귀 뀐 사람.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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