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아동센터에서 사회복지사 실습 중이다. 일과 병행하다 보니 힘이 들기도 하지만 아이들과 만나는 것은 늘 즐겁다.
요즘 우리 아동센터에 공기놀이 바람이 불었다. 초등 전 학년이 자유놀이시간에 공기놀이를 한다. 나도 끼어서 실력을 발휘해 보고 싶기도 하지만 공기놀이를 안 하지가 너무 오래되어서 머뭇거리고 있었다. 아이들 공기놀이를 하는 것을 보고 있던 나에게 공기 다섯 알이 쥐어지고 긴장하며 공기를 가지고 노는데 손목터널증후군을 앓고 있는 내가 제법 잘 해냈다. 신이 나서 공기를 하다가
나 어렸을 때는 좋은 공깃돌을 찾으려고 냇가를 쑤시고 다녔단다
왜요? 돌멩이 주우려고요?
아이는 내 말에 정답을 맞히고 싶어서가 아니라 장난 삼아 대답한 거였던 것이 표정으로 확연하게 드러났지만, 정답이었다. 돌멩이를 주우러 다녔지, 냇가에.
길을 가다가도 공기놀이하기 딱 좋은 동글동글하면서 단단해 보이는 돌이 있으면 잽싸게 뛰어가서 집어 들고는 무게를 가늠해 보느라 손바닥 위에 들었다 놨다, 허공에 던저 보았다 잡았다 하면서 맘에 들면 주머니에 간직했다. 누구네 집에는 공깃돌이 500개가 넘는다는 둥 소문이 돌면 '많이 공기'놀이를 하러 출동을 했었다. 각자의 공깃돌을 일정한 개수를 내어 놓고 따 먹는 거다. 예쁜 돌을 따면 행복했지만 개중 내가 아끼던 것을 잃기라도 하면 하늘이 무너진 듯 울던 생각이 난다.
몇 살이세요?
180살
우와~ 조선시대 사람이세요?
아니, 고려 사람인데?
아이들이 더러는 믿고 더러는 웃었다.
야외활동을 하는 남자아이들과 같이 있는데 한 아이가 다가와서 외국 축구선수 이름을 대 보란다. 잘 모르겠다고 했더니 호날두도 모르냐며 핀잔을 주었다. 그러더니 2002년 월드컵 때 경기를 보았느냐고 묻길래 보았다고 했더니 어디서 보았냐고 묻는다.
집에서..
텔레비전으로요?
어
그때도 텔레비전이 있었어요?
얘야, 그때도 텔레비전이, 아주 선명한 컬러텔레비전이 있었단다. 내가 어렸을 때는 2000년이 되면 자동차가 막 하늘을 날아다니고 우주여행도 가고 달나라에서 지구를 볼 줄 알았단다. 2002년을 까마득한 옛날로 생각하는 어리디 어린아이들과 놀자니 아주 기가 빨린다.
나는 여러모로 고려 여자가 되어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