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오후, 아이와 함께하는 낮잠은 나의 특별한 행복이다. 오전 내내 놀이에 지친 아이가 내 옆에서 자동차 장난감을 굴리다 스스륵 잠들 때면, 그 모습이 그저 사랑스럽다. 이번 일요일에 같이 낮잠을 자다 내가 먼저 깨어 조용히 핸드폰을 보고 있을 때, 뒤척이며 잠깐 눈을 뜬 아이가 ”아빠 뭐해“라고 물으며 내 어깨에 기대 다시 잠들었다. 그 목소리와 새근새근한 숨소리, 어깨에 전해지는 포근한 무게까지, 모든 것이 사랑이었다.
평화로운 낮잠 시간도 잠시, 해가 저물며 아이와의 일상은 다른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친가에서 저녁을 먹고, 집에 와서 목욕을 하고, 이웃집 아이 친구네 집에 놀러 가기로 되어 있었다. 그러나 아파트 주차장에 도착하자마자 아이는 친구네 집부터 가자며 울음을 터뜨렸다. 달래봐도 소용없이 목욕을 거부하는 아이와 20분간의 대치 끝에, 겨우 상황을 진정시키고 목욕을 마쳤다. 그제서야 아이는 다시 친구네 집에 가자며 환한 얼굴로 현관으로 달려갔다.
아내가 아이를 데리고 간 후, 나는 홀로 남아 빨래를 하고, 청소를 하고, 쓰레기를 버리며 밀린 집안을 했다. 텔레비전을 보면서 빨래를 개는데, 아이가 태어나기 전의 주말이 떠올랐다. 그땐 늦잠을 자고, 늦은 아침을 먹고, 소파에 누워 하루 종일 리모컨만 만지작거리던 그런 날들이었지.
그렇게 생각에 잠겨 있는데, 문득 혼자 있는 거실이 적막하게 느껴졌다. 애써 정돈된 거실을 보며 오히려 아이의 장난감으로 어질러진 모습이 그리워졌다. 아이의 웃음소리, 심지어 ”목욕 싫어요!“하며 떼쓰는 목소리도 생각났다. 아이와의 소란스러운 일상이 그리워질 줄이야. 피식 웃음이 났다. 달라진 나를 느끼며, 조용한 집에서 아이의 귀가를 기다렸다.
아이와 함께 한 2년이란 시간 동안 참 많은 것들이 달라졌는데, 가장 크게 느끼는 건 내 마음이다. 나를 위해 애쓰던 마음의 자리는 줄어들고, 아이를 위한 마음의 자리는 커져갔다. 아이를 위한 자리가 커져가면서, 사랑이 무엇인지도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예전에는 사랑을 단순히 좋아하는 감정으로만 여겼지만, 이제는 자신을 내어주는 것이 진정한 사랑임을 느끼고 있다. 내가 가진 것을 모두 내어주고 싶은 마음, 그것이 오히려 행복한 마음이고, 사랑이라는 것을 어렴풋이 느끼고 있다.
아이를 무릎에 앉히고 온기를 느낄 때면, 이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을 느낀다. 아이를 앉히고 가만히 꼭 껴안은 그 순간이 영원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 순간, 그 사랑보다 더 소중한 것은 없다는 것을 느낀다. 돈도, 명예도, 성공도 모두 중요하지만 결국 삶을 완성하는 것은 ‘사랑’이라는 것을 매일매일 배워간다.
주말 아침 일찍 깨워도 짜증내지 않고 함께 놀아주는 것도, 울고 불며 드러눕는 아이를 달래주는 것도 모두가 사랑이기에 가능하다. 매일 아침 이별이 아쉽지만, 저녁에 달려와 안기는 순간을 생각하며 하루를 견디는 것도 모두가 사랑이기에 가능하다.
그러니 나는 이렇게 사랑으로 채우며 살고 싶다. 나의 모든 것을 내어주며 사랑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삶의 진정한 의미는 사랑으로 채워가는 것임을 이제는 알겠다. 가족을 넘어 타인까지 사랑하는 마음을 아이와 함께 키워가고 싶다. 아이는 나에게 이 소중한 깨달음을 선물해준 천사다.